서울 용산의 드래곤시티호텔은 지난 22일 메인 로비 한가운데 8m짜리 대형 조형물을 세웠다. 호텔의 마스코트인 드라코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인증샷 명소를 만들어보겠다는 게 조형물 설치의 목적이다. 드래곤시티호텔뿐만 아니다. 소수의 투숙객에게 안락한 쉼터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던 특급호텔들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거액을 들여 미술전을 열고,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 고급 카페를 열면서 호텔 문턱을 낮추는 데 사활을 걸었다.
특급호텔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는 ‘호캉스’ 열풍과 소셜미디어 확산 영향이 크다. 호텔의 상징물, 레스토랑 같은 부대시설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문화가 퍼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서의 인기가 투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23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2~3년간 특급호텔이 최고의 휴가지로 각광받게 됐다”며 “호텔이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걸맞은 시설이나 분위기를 갖추기 위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인천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영종도가 꼽힌다. 파라다이스호텔은 호텔 내부를 거대한 갤러리로 구축하면서 소셜미디어에 최적화된 곳으로 정평이 났다.
갤러리엔 거금을 들여 일본 미술계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대거 들여와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다녀가며 인증샷을 남기자 방문객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전시가 시작된 이후 파라다이스호텔 객실은 만실 행진을 이루고 있다.
제주에서는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랜드마크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1만 송이의 생화로 3개월간 제작한 3m 높이의 ‘꽃하르방’이 모습을 드러내자 인스타그램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꽃말 때문에 신혼부부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장사진을 이룬다. 최근에는 꽃하르방이 그려진 티셔츠까지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핫플레이스 전략은 기존 호텔들의 위상이 공고할 때 더욱 강하게 진행된다. 지난달 제주 중문단지에서 개장한 인터컨티넨탈의 ‘파르나스호텔 제주’도 마찬가지였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인터컨티넨탈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택했다.
다음달까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와 손잡고 ‘애프터눈티’ 상품을 선보인다. 가장 공들여 만든 층고 30m 높이의 라운지를 개방한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증샷 마케팅을 노린 것이다.
제주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를 보고 방문하는 사람이 그대로 투숙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잠재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