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자동차가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기 위해 30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포드는 몸집을 줄이면서 2026년까지 전기차 개발에 500억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빌 포드 포드 회장은 “과거 핵심 사업이 아니었던 신기술을 수용하면서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이 너무 많고, 전기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포트폴리오 전환에 필요한 전문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13년 ‘포드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포드는 제너럴모터스(GM)보다 전기차 전환이 한발 늦었다. 포드 경영진이 “정리해고는 자원 재분배와 경쟁업체에 뒤처진 비용 구조 개선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이유다. GM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2018년 북미 공장 5곳 폐쇄와 1만5000여 명 감원을 발표할 만큼 대응이 빨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미국에 네 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GM과 포드의 과감한 구조조정은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40년께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에도 전기차 전환은 ‘발등의 불’이 됐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거대 기득권 노조의 반발로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구조조정은커녕 인력 재배치나 생산 물량 조정 등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물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려고 해도 노조 동의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최대 50% 적게 들어가 인력을 30~40% 줄여야 하지만, 최강 노조가 버티고 있는 한국에선 언감생심이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갈수록 고객 맞춤형 생산이 늘면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동 유연성 확보도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기술 혁신이 촉발한 모빌리티 혁명기에 접어들면서 구시대적 노동 관습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불붙은 전기차 전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노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