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가 국외 거래에 쓰일 때 미국 마스터카드가 받아가는 분담금에 한국 세무당국이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부가가치세는 물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국내 8개 신용카드사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미국 법인인 마스터카드의 상표 등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과 회원자격 협약을 체결하고 마스터카드사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를 국내에서 발급해 왔다.
카드사들은 그 대가로 마스터카드 측에 분담금을 냈다. 국내 거래금액에 대해서는 '발급사 분담금' 명목으로 신용결제금액의 0.03%와 현금서비스 금액의 0.01%를 지급했다. 국외 거래금액에 대해선 '발급사 일일분담금'으로 신용결제·현금서비스금액의 0.184%를 냈다.
세무당국은 이같은 분담금이 마스터카드사의 국내 원천소득인 상표권 사용료소득이라고 보고 법인세·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 남대문·중부·영등포·종로 세무서 등을 상대로 2014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카드사들이 마스터카드에 낸 분담금의 성격이 '상표권 사용의 대가'(사용료소득)과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사업소득) 중 어디에 속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분담금이 상표권 사용료소득이라면 미국 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이기 때문에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법인세 15%가 부과된다. 사업소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에 고정 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은 마스터카드 분담금은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국내 거래금액이 기준인 '발급사 분담금'은 법인세 부과 대상인 상표권 사용료소득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국외 거래금액에 책정되는 '발급사 일일분담금'은 마스터카드의 온전한 사업소득이라고 봤다. 원심은 발급사 일일분담금 중 일부를 사용료소득으로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부가가치세는 한미조세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법을 따른다. 이 경우 '용역의 공급 장소'가 어디인지가 중요해진다.
대법원은 국내 신용카드가 국내 거래에 쓰이든 국제 거래에 쓰이든 국내 카드사의 사업장 시스템을 통해 거래 승인이나 결제 정보 전달 등 주된 역무가 이뤄진다고 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