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22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인구의 절반가량이 코로나19에 걸린 셈이다. 환자가 많은 만큼 완치된 후에도 갖가지 증상과 각종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인체가 감염되는 질병 중 일부는 장기 후유증이나 합병증 위험이 수반된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인류가 처음 겪어보는 신종 감염병이다. 완치된 후라도 제대로 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기준 없어…증상도 다양
급성 감염병인 코로나19는 1~2주 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 환자들은 장기간 지속되는 고통을 호소한다. 피로감, 호흡곤란, 전신 통증 등 검사를 해도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 코로나(롱코비드)’를 코로나19 감염 후 ‘설명할 수 없는 적어도 하나의 증상’이 3개월 이내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롱코비드’와 관련해선 아직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고 명확한 치료 기준도 없다.
증상은 호흡기부터 전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피로감, 호흡곤란, 관절 통증, 흉부 통증 등이다. 국내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후 4주 미만에는 주로 호흡기 관련 증상이, 4주 이후 만성코로나 상태에서는 피로감, 주의력 저하, 우울, 시력 저하, 탈모, 성기능 장애 등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가 갑자기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 우울감과 무기력증, 수면장애 등도 증상으로 꼽혔다. 탈모와 생리 불순, 성 기능 저하 등을 겪은 이들도 있었다. 감염 당시 중증이던 사람들에게서 후유증이 더 많이 발생했다.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등 인지 장애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코로나19를 앓고 나면 환자가 가지고 있던 기저질환이 악화되기도 하고, 환자에 따라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광범위한 전신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때 치료 안 하면 만성화
증상이 지속되지만 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한의학 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한의 치료 효과를 관찰한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익기양음과립이라는 한약 처방을 실험해 보니, 한약을 투여한 군에서 숨이 차고 기운이 없는 등의 코로나 후유증이 의미있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호기유량(PEFR)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면역력과 관련된 지표인 T림프구(CD3와 CD8)가 증가했다는 내용의 논문도 발표됐다.
국내 주요 한방병원은 만성 기침 등 롱코비드 증상이 지속되지만 검사 결과 기질적 이상이 없거나 증상에 맞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 치료를 하고 있다. 환자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 후 변증 및 체질을 고려한 한약 치료와 침뜸 치료, 약침 치료 등을 통해 증상 개선뿐 아니라 건강 회복을 목표로 한다.
이를테면 숨이 짧거나 기운이 없고 쉽게 땀이 나는 증상은 한의 변증 중 기허(氣虛)에 해당하는 증상으로 육군자탕을 처방한다. 또 입이 마르고 목이 자주 마르는 등의 증상은 한의 변증 중 음허(陰虛)에 해당하는 증상으로 사삼맥문동탕 등을 적용하게 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장기간 지속되는 이상 반응에도 한의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조승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팀은 백신 접종 후 두통, 팔다리 저림, 땀흘림 등이 장기간 지속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 처방 및 침 치료 등을 시행해 건강이 회복된 증례를 KCI 등재지인 대한한의학회지 최근호에 보고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