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반정부 시위 등에 참가한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선고를 재개했다. 2020년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선고·집행을 중단하기로 선언한 지 2년 만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이 구형, 선고되거나 항소심에서 확정된 사례가 최소 7건으로 알려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중 한 명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시위에서 숨진 이의 장례식에 참가한 혐의 등으로 2014년 19세 나이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압둘라 알-데라지라는 청년으로 그는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 특별형사법원 항소심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잘랄 아랍바드도 반정부 시위 참가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에 따르면 알랍바드는 21세였던 2017년 체포됐지만, 그가 시위에 참여한 것은 미성년이었던 15세 때였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도 검찰은 유사한 혐의를 적용해 사형 선고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2020년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선고와 집행을 금지하는 왕명을 번복한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선고·집행 금지는 당시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인권유린 비판을 받는 국가 이미지를 탈바꿈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선고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집행률도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살만 왕세자가 인권 보호를 외면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살만 왕세자의 반인권적 행보를 비판해왔지만 지난달 원유 증산 협의 등을 위해 중동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살만 왕세자에 대한 무형적 제재도 해제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ESOHR과 함께 일하는 타하 알하지 변호사는 "사우디로서는 정세 긴장으로 국제사회가 원유를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이 미성년자 사형 집행을 모색할 힘과 오만함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