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2일 장중 1340원을 넘었다. 종가 기준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이 긴축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초강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원90전 오른 1339원8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15일 기록한 연고점(1326원10전)을 한 달여 만에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개장하자마자 1330원을 넘어 1335원5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다 오후 1시51분께 1340원마저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원50전) 후 처음이다. 장 마감 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면서 1340원 턱밑에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30원을 넘은 것 역시 2009년 4월 29일 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의지가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Fed 인사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오후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70%에서 3.6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화의 추가 약세(환율 상승)로 이어졌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7.2% 오르는 등 유럽의 물가 충격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치솟는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는 이상 환율 상승을 되돌릴 만한 요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