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눈 먼' 재난지원금

입력 2022-08-22 17:30
수정 2022-08-23 00:12
모든 복지정책의 기본은 소득 파악이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고용보험부터 코로나 재난지원금까지 모든 복지 제도가 개별 또는 가구별 소득 파악을 기본으로 한다. 소득이 적으면 더 지원하고, 많으면 덜 지원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득 파악에 힘쓴다.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 각종 금융회사 자료까지 총동원한다. 필요하면 현장 조사도 벌인다. 이런 소득 파악 행위를 포함한 복지 행정에 전체 복지 예산(2022년 기준 218조원)의 15~20%가 들어간다.

그러나 어디든 ‘구멍’이 있다. 정규직 근로자의 소득 파악률은 93.4%(2016년 기준)에 달한다. 세금 꼬박꼬박 내는 ‘유리알 지갑’ 애국자들이다. 자영업자는 72.8%에 그친다.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레미콘 자차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특고) 종사자들은 더 낮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정확한 소득 파악이 불가능한 계층이다. 법인 사업자로부터 서비스 대가를 받을 때 일부 소득이 노출되지만,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없는 업체와의 거래내역은 파악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특고 종사자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논란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총 208조8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중 특고 종사자에게 5조원을 지원했다. 전체 금액은 크지 않지만,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혈세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 소득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들까지 계속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에 지급 기준을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로 낮췄지만 고소득자들에게 계속 지급됐고, 그 이유가 실제 소득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그렇게 낭비된 혈세가 2000억원 가깝다.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각종 복지 예산이 ‘눈먼 돈’이라는 지적은 오래됐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자영업자나 특고 종사자 등에 대한 소득 파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세금형 복지를 줄이고, 대신 민간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그 역할을 담당하도록 복지 정책의 큰 틀을 과감히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예산 낭비 논란을 방지할 유력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목한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