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한국은 '공룡 천국'…'한국 뿔공룡' 천연기념물 된다

입력 2022-08-22 11:23
수정 2022-08-22 13:24

1억년 전만 해도 한국 땅은 ‘공룡 천국’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의 한반도 지역은 중국·일본 등과 붙어 있는 거대한 육지의 일부였다. 기후는 따뜻했고, 곳곳에는 미국의 오대호와 맞먹는 크기의 호수들이 있었다. 지금의 남해안에서 대마도까지 뻗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도 존재했다. 이런 호수 주변에는 동식물이 많이 살았다. 공룡이 살기도 좋았다. 근처에 살던 수많은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 덕분에 한국은 세계 고생물학자들이 즐겨 찾는 ‘발자국 화석의 명소’가 됐다.

공룡이 한반도에 남긴 흔적 대부분은 발자국이다. 뼈 화석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뼈가 동물이나 미생물에게 분해되지 않고 온전히 보존돼 화석이 되려면 홍수·산사태 등으로 갑자기 땅에 묻혀야 하는데, 당시 한반도에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08년 경기도 화성에서 거의 모든 뼈가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상태로 발견된 '화성 뿔공룡 골격 화석'이 귀중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천연기념물 된다

문화재청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각룡류(뿔이 달린 공룡) 뼈 화석인 '화성 뿔공룡'(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 골격 화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22일 밝혔다.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는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뿔 공룡'이란 뜻이다.

공룡 화석은 2008년 화성 전곡항 방조제 주변에서 엉덩이뼈와 꼬리뼈, 양쪽 아래 다리뼈, 발뼈 등 하반신의 모든 뼈가 제자리에 있는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이후 고생물학자인 이융남 서울대 교수의 연구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신종 각룡류로 인정받았다. 각룡류는 트리케라톱스 등이 포함된 뿔 달린 공룡 종류다.

학명에 한국을 의미하는 '코리아'가 붙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문화재청은 "국제적으로도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의 학명을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두 발로 걸었던 공룡…8살께 사망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지정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 발견된 거의 유일한 공룡 골격 화석으로, 원형 보존상태가 좋다"며 "신종 각룡류 공룡으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대표 공룡화석이라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때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있지만, 공룡 골격 화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몸길이는 약 2.3m. 골격으로 미뤄보면 두 발로 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이 교수는 이 공룡이 8살쯤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공룡 뼈의 조직을 연구한 결과다. 일반적인 공룡이 20~30년쯤 살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점을 감안하면 천수를 누리지는 못한 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화석을 통해 약 1억2000만 년 전인 중생대 전기 백악기에도 한반도에 각룡류 공룡이 살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한반도 각룡류 진화 과정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