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반 병 정도는 괜찮겠지 했는데…무서운 경고 [건강!톡]

입력 2022-08-22 11:28
수정 2022-08-22 13:49

"남편이 연애할 때부터 술을 좋아했어요. 결혼 후에도 약속이나 회식이 있는 날은 물론이고 집에 일찍 들어온 날도 늘 혼자 술을 마십니다. 저희 남편 정말 괜찮은 거 맞나요?"

알코올중독이란 술을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한다. 하지만 매일 술을 마시지만 그 양이 소주 반병 정도 아니면 맥주 2캔 정도라면 어떨까.

매일 술을 마시는 남편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글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게시자 A 씨는 "제가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남편이 매일 혼자 술을 마신다"며 "'오늘은 마시지 말라'고 말려본 적도 몇 번 있는데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폭음이 아니니 괜찮다', '인사불성이 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떠냐', '앞으로 조금씩 줄이겠다'고 해 넘어가곤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남편이 괜찮은 게 맞나"라며 "최근 건강검진서 간 수치도 조금 높게 나왔는데 제가 과하게 걱정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혼술이 가장 위험하다. WHO에서 저위험 음주가 알코올 표준잔 2잔, 일주일 14잔 몰아서 마셔도 하루 4잔을 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하루 소주 반병을 넘지 않고 매일 그 약속 이내에서 술을 마시면 관찰하면 되지만 그 약속을 어기기 시작하면 중독으로 진행되는 위험신호다"라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중독으로 진행하는 다른 위험신호로 회식에서 술자리하고 집에 들어오다가 혼자 집 앞에서 한 잔 더하거나 술을 사서 집에 오는 경우, 필름이 끊기는 현상, 숙취 때문에 고생하다가 증상이 호전되면 술자리 생각이 나거나, 퇴근 시간만 되면 술자리 만들려고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는 것들을 들었다.

이어 "음주량과 상관없이 자신이 한 약속을 못 지키기 시작하면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소주 한 병만 마셔야지 하면서 한 병 반을 마시는 것 등은 중독이 시작된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조절 능력이 상실되어 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소주 2병 동일한 양을 마신다고 가정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2병을 몰아 마시는 것과 매일 식사 중 2잔씩 마시는 것 중 어떤 쪽이 유해할까.

이 원장은 "폭음하는 경우는 사건·사고의 위험이 높고 소량을 꾸준히 음주하는 경우는 신체 질환의 위험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주에 의한 간 손상 정도는 마시는 술의 종류와는 관련이 없으며, 얼마나 많은 알코올을 복용하였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즉 소주, 맥주, 포도주, 위스키 등 어떤 술을 마셨더라도 마신 술에 들어있는 순수알코올의 양이 같다면 간 손상 정도도 같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1회 음주 시 6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 고위험 음주로 정의한다. 순 알코올 60g이면 소주 한 병 정도에 해당한다"라면서 "1회 음주량뿐 아니라 술을 마시는 빈도도 중요하다. 술을 매일같이 마시는 경우에는 간이 회복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가끔 많이 마시는 경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9년 고려대 의대 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팀은 섭취하는 알코올 양 보다 마시는 횟수가 심장세동 발병에 더 위험하다고 유럽심장학회지(EP Europace)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심방세동이 나타난 수검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술을 두 번 마시는 사람보다 매일 마시는 사람의 심방세동 발병 소지가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