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어렵다며 호소하는 스타트업', 어떻게든 인재를 뽑아야 한다면··· [강홍민의 HR Insight]

입력 2022-08-22 10:01
수정 2022-08-22 11:01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한번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혹시 언제 시간이 되실까요?”
얼마 전 모 핀테크 스타트업 인사담당자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미팅의 주제는 채용이었다. 핀테크 전문 스타트업으로 설립한 지 8년이 넘은 이곳은 꽤나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곳이었다. 몇 차례 외부 투자를 받았고, 자생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갖춘 데다 매년 거래액과 매출이 두 자리 수 이상 성장하는 곳이었다. 최근에는 오피스 즐비한 도심으로 사무실을 옮겼고,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휴계시설을 꾸며 놓았다며 자랑했다. 대표 또한 금융업계 십 수 년을 경험한 베테랑으로 업계 사정을 잘 알아 사업수완도 좋아보였다. 전반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곳의 문제는 사람이 안 뽑힌다는 점이었다. 개발자는 물론, 마케터, 경영지원 등등 대부분의 직무는 늘 채용 중이었지만 핏이 맞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같은 포지션의 채용이 계절이 바뀌어도 늘 채용 중인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구직자들 사이에선 소위 거르는 곳이 되어 버렸다.

“보도자료도 계속 내고 있고, 홍보나 복지에도 신경 쓰는데, 채용이 안되네요. (대표님의)이력서 퀄리티를 높여달라는 요청이 쉽지 않네요.”




채용의 고민을 안고 있는 스타트업은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고, 시리즈 투자를 받은 곳의 직원들도 명함에 잉크가 마르기 무섭게 이직하는 시대다. 스포츠 분야의 스타트업을 5년째 운영 중인 O 대표 역시 채용과 직원관리 스트레스로 창업 이후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며 토로했다.

“하루하루가 전쟁터인데, 직원들이 그만둔다고 할 때 나도 접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면접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창업하고 나서 사람에 대한 서운함이나 배신감을 많이 느껴요.”

‘곳간에서 인심난다’
195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년 개봉작)’은 그해 관객 수 600만을 넘기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동막골에 살고 있는 여일(강혜정)이 머리에 꽃을 달고 나오며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던 그 영화에선 이런 장면이 나온다. 별 것 없던 산골짜기 마을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궁금했던 북한군이 동막골 이장에게 물었다.

“비결이 뭐요?”
“뭘 많이 먹여야 돼”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한 묘책이 없다. ‘곳간에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그 인심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머릿속 계산이 복잡한 구직자들에겐 더욱 그렇다. CEO는 직원들을 어떻게 먹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경쟁사보다 높은 연봉이나 성과급, 스톡옵션을 후하게 줄 수 없는 형편이라면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간혹 ‘회사만 잘되면 직원들은 따라 오겠지’, ‘조금만 더 키우고 두둑하게 성과급을 줘야지’라고 생각하는 CEO들이 있다. 솔직히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의 생각일지도···. 남들 하는 복지문화는 있어야겠고. 새로운 건 비용·관리 측면에서 부담스러워 수평적 조직문화나 탄력근무제, 채용보상금과 같은 변별력 떨어지는 제도만 도입하기 바쁜 게 현실이다. 물론 그것마저 없는 곳들도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인재를 뽑는 게 목적이라면 다른 기업과의 차별은 필요하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구직자들은 이력서를 넣기까지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다한다. 소개팅에 나가기 전 상대의 사진만 보고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이 회사를 다니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를 상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상상의 소스는 기업의 모집공고와 기업 기사, 주위평판 등으로 결정된다. 때문에 이력서의 퀄리티를 높임과 동시에 핏이 맞는 지원자를 기업이 선택하려면 작지만 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채용의 늪에서 건져 줄 ‘묘책’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기업의 새로운 근무형태로 자리 잡았다. 일부 발빠른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넘어 워케이션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휴가(va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직원들이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네이버를 비롯해 카카오, 라인 등 국내 IT 기업에서 도입 중인 이 제도는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세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운 근무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워케이션을 도입한 기업들은 제주, 강원 등의 지역을 워케이션 장소로 지정해 짧게는 3박 4일, 길게는 2주 간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강원도 양양 해변을 바라보며 일하고 퇴근 후 서핑을 즐길 수도, 제주 올래길을 등지고 화상미팅을 할 수도 있다. 워케이션을 경험한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지난해 워케이션을 도입한 야놀자는 올해 규모를 확대했다. 강원도 동해시로 일주일 간 워케이션을 다녀온 전지원 씨는 “사실 가기 전에는 일에 대한 집중력이 흐려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처음 가본 동해의 새로움도 좋았고, 일 끝나고 여기저기 동네를 구경하는 것도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회사에서는 타부서 분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알게 된 직원들도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특별히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워케이션은 단순히 휴가를 며칠 더 제공하거나 자율근무제와는 다른 버전의 복지제도다. 복지를 더한 새로운 근무형태인 셈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 관리에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있지만 중요한 건 워케이션을 경험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트렌드의 속도처럼 기업문화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직급을 없애고, 닉네임을 부르며, 직원들의 개인 생활은 철저히 보장된다. 예전처럼 빡세게 일하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회식은 꼰대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 누군가 말했듯이 이제는 팀워크를 외치는 워크숍의 시대는 가고, 개인의 자유를 누리는 워케이션 시대다. 워케이션을 발 빠르게 받아들이는 기업이 채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강홍민 씨는 패션, 헬스케어, 대중문화, 기업HR,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15년차 기자다. 스포츠, 영화, 음악, 방송, 창업 등 다양한 경험을 두루 거친 그는 세상의 수많은 직업들과 트렌디하게 변화하는 기업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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