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017년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 또한 부진한 모습입니다. 현재가 조정기인지 대세 하락기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보통 조정기를 강보합 또는 약보합이라고 표현합니다. 대세 상승 기간이지만 일시적으로 가격이 10%대에서 조정을 받는 시기를 말합니다. 반면 대세 하락기는 가격 하락이 5년 이상 지속되는 시기로 하락률 또한 20~30%로 큽니다.
조정기냐 대세 하락기냐를 판별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를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특이한 한 두 거래를 가지고 시장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지난 30년 동안 3번 정도 나타난 대세 하락기의 특징을 파악해 현재와 비교하는 것이 현재 시점의 부동산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3번의 대세 하락기 중 첫 번째는 200만호 건설계획 후 입주가 본격화된 1990년대 초입니다. 시기적으로는 하락기간이 가장 길었던 시점입니다. 두 번째는 IMF 구제금융 시기로서 하락률로 따지자면 가장 컸던 시기입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입니다. 이 3번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이 하락한 경우는 없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하락한 경우는 있습니다만 이는 상승기 때 나타날 수 있는 조정이지 하락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대세 하락기의 첫 번째 특징은 아파트 매매 거래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통계자료가 있는 2008년과 2009년을 비교하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58만 건에서 63만 건으로 늘어납니다. 본격적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든 2008년의 거래량이 더 늘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6.3만 건이던 거래는 7.9만건으로 늘어납니다. 소위 급매로 매물들이 쏟아지는데 주택수요자들이 이런 매물들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비단 아파트만 아닙니다. 상업?업무용빌딩이나 토지 또한 거래가 늘어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월별 서울아파트의 매매거래량은 1700건으로 2017년 월 평균 매매거래량(9000건)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매매 거래량이 거래절벽이나 거래마비 수준으로 감소해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가격이 정상적으로 하락하기가 어렵습니다. 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거래량 또한 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대부분의 매물이 하락 추세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최고가로 거래된 가격보다 낮은 금액대의 매물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가격하락의 흐름은 빠르고 강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최고가격대 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높은 호가를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이슈로 인해 가격이 많이 올랐던 지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거래되는 아파트는 최고가격보다 월등히 낮은 급매물만 가능합니다만 대다수의 집주인들이 그 가격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세 하락기에는 미분양 또한 급격히 늘어납니다. 2008년 기간 동안 미분양은 12.2만호에서 16.6만호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더 유심히 봐야 하는 미분양 통계는 준공 후 미분양입니다. 대세 하락기에는 미분양보다 준공 후 미분양이 더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입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찾지 못하는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더 어려워집니다. 다행스럽게도 1년 전(2021년 6월)과 비교한 준공후 미분양주택은 2천 세대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미분양이 늘어나는 지방의 경우에도 특정단지가 이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분양가가 높거나 세대수가 적어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세부적으로 미분양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세 하락기에는 재조달원가가 낮아집니다. 주택을 다시 짓기 위한 비용에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재조달원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주택시장이 붕괴되면서 경제 시스템마저도 무너지게 됩니다. 하락기에도 일정 수준의 주택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짓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적당한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되어야 합니다. 재조달원가는 건축비와 토지비로 나눠볼 수 있는데 건축비는 다른 변수의 영향이 크지만 토지비는 오롯이 주택가격 하락의 영향이 반영됩니다.
이런 이유로 30년간 3번의 지가하락만이 있었고 이 3번은 모두 대세 하락기였습니다. 현재 땅값은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는 중입니다. 2022년 2월 상승률(전국 0.29%)이 가장 낮았으며 현재는 2021년 상반기의 상승률로 회복된 상황입니다. 수도권의 토지가격 상승률 또한 전국평균보다 높아 안정적인 상승의 흐름을 보이는 중입니다. 토지의 가격이 떨어져야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국가부도 위기였던 IMF 구제금융 당시에도 20%대의 주택가격 하락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0% 폭락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주택가격이 50% 폭락한다면 이미 국가경제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집값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선동과 잘못된 시장 판단으로 이미 5년을 허비했습니다. 현재 시장이 어떤 상태인지를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명한 주택수요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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