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신적 지주' 두긴 친딸, 의문의 차량 폭발로 사망

입력 2022-08-21 18:02
수정 2022-08-21 18:0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레인이자 '정신적 지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은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 그의 딸이 20일(현지시간) 의문의 폭발로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BBC와 가디언, 로이터 통신,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30분께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몰던 도요타 랜드크루저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이 강력한 폭발로 산산조각이 났다.

러시아 매체는 현장 목격자를 인용해 도로가 잔해로 뒤덮였고 차량은 불길에 휩싸인 뒤 울타리에 충돌했다고 전했다. 현지 TV는 사고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폭발한 도요타 차량의 잔해와 파편을 수거하고 조사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당국은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 러시아 매체는 원래 두긴과 딸이 모스크바 외곽 행사에 참석했다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따로 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 측근은 딸이 원래 다른 차를 몰았지만 이날은 아버지 두긴의 차량을 운전했으며, 이날 사건이 두긴 또는 부녀를 노린 고의적인 공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전에 차량에 폭발물이 설치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수사 당국은 두기나 사망에 대해 살인 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포렌식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사 당국은 누가 사건에 책임 있는지는 알아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두긴은 거대한 새 러시아 제국을 만든다며 여기에 우크라이나도 포함시킨다는 구상을 지지해온 극우 정치 사상가로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던 딸 두기나는 아버지 사상을 지지하고 러시아 국영TV에도 나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기나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면 소멸할 것이라는 논문을 실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