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과의 회동에서 개헌 등 정치개혁과 관련, “선거법·정당법을 변화된 정치 상황에 맞게 고쳐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추진하는 ‘여야 중진협의체’에 대해서는 “참 좋은 생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의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정치 현실이나 발전된 시대 상황에 맞는 개헌 논의를 한번 시작하겠다고 하니 비교적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김 의장 등 국회의장단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3시간가량 만찬을 하고 정치개혁과 민생을 위한 협치 등을 주제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 필요성을 윤 대통령에게 강조했다. 김 의장은 “과거 대통령들은 (개헌이) 국정 동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뤘는데, 지금의 여소야대 정치 상황 속에서 오히려 이것을 협치의 정치를 만드는 모멘텀으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의장 직속 개헌추진 자문위원회를 다시 만들어 개헌 논의를 공개적으로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정치개혁 전반에 대해 생각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며 “정부로서 개헌도 개헌이지만, 선거법·정당법과 같이 헌정 제도를 시대와 변화된 정치 상황에 맞게 고쳐주는 것도 함께 다룰 필요가 있지 않으냐”고 했다고 김 의장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제도 같은 것은 굉장히 합리적인 것 같다”며 해외 사례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당의 후보자 경선에 당원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참여해 투표로 후보를 뽑는 방식을 뜻한다. 윤 대통령은 “역선택이 자연스럽게 방지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윤 대통령과 김 의장은 여소야대로 교착 상태에 놓인 정국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여야 중진협의체를 가동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김 의장은 ‘팬덤정치’ 등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거론하면서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에게 역할을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중진협의체에서 숙의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권고안을 제시하면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통령은 국가 위기관리와 외교·안보 분야에 많이 가 있고,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참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호응했다.
김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4선 이상을 참석 대상으로 하되, 처음에는 5선 이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윤 대통령도) 필요한 국무위원들을 출석시켜 참여하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이르면 9월 정기국회 시작 전 여야 지도부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