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금 개혁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통합 추진이다. 이미 고갈됐거나 조만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역연금을 그나마 상황이 나은 국민연금과 통합해 운용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초연금 인상과 연계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 지급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연금 수급자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고 “초당적·초정파적 국민 합의를 도출하라”고 주문했다. ○악화하는 공적연금 재정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통합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은 이미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출액이 더 많아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만큼 보험료나 지급액 기준을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맞추자는 주장이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도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연금 구조개혁을 서둘러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단순히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그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역연금의 재정은 국민연금보다도 열악하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 추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는 2050년 12조2000억원으로 늘어나고, 2090년엔 32조1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군인연금의 적자 규모는 같은 기간 2조5000억원, 6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학연금은 2033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망했다. 누적 적립금은 2048년 소진될 예정이다.
가입자가 많은 국민연금의 상황은 직역연금보다는 낫지만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현재와 같은 구조가 유지되면 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이 2039년 적자 전환한 이후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역연금 가입자 반발일 듯국민연금 모수개혁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개혁이 제대로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소득대체율을 45~50%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2~13%로 올리는 등 네 가지 시나리오가 담긴 개편안을 다시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구조개혁도 전혀 다뤄지지 못했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가 아무 개혁도 없이 지나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직역연금 가입자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20년간 군복무하면 퇴직 즉시 군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군인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쉽지 않은 군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연금 수급 연령을 국민연금처럼 65세로 미루는 방안에 동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공적연금 통합 과정에 적극 참여하되 국회 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해관계 조정의 어려움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연금 인상 정책과 연계한 국민연금 개혁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전망이다.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30% 계층의 국민연금 수급액보다 소득 하위 70%의 기초연금 수급액이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100%로 늘리거나 대폭 줄여야 하는데, 모두 재정 여력이나 반발을 고려할 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고 “방만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정밀 점검해 필수의료 기반과 중증치료 강화에 중점을 두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감염병 대응도 정치 방역에서 전문가 의견과 데이터에 근거한 표적 방역, 과학 방역으로 전환하라”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