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인 안 만나도 돼"…비대면 공증 나온다

입력 2022-08-19 17:25
수정 2022-08-20 00:54
프랑스 니스에 사는 A씨는 상속세 신고를 위해 아버지의 유언장을 공증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전자공증과 화상공증이 안 되다보니 직접 공증사무소를 찾아가야 한다. 문제는 가까운 곳에는 공증사무소가 없다는 점. 그는 10시간가량을 운전해 약 1000㎞ 떨어진 파리 한국대사관까지 가야만 공증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불편함이 사라질 전망이다. 위임장 공증 등 가벼운 수준의 공증뿐만 아니라 유언이나 금전 소비대차 공증 등 엄격한 양식이 요구되는 공증까지 모두 비대면 공증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공증은 개인 간의 법률관계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주로 대출 연장을 위한 위임장, 개인 간 금전 대여, 유언 등을 입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전자공증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편성을 신청하는 등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중 새 공증시스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무부 계획에 따르면 새 공증시스템에선 서명(날인)이 들어간 사서증서 외에도 모든 종류의 공정증서(공증인이 직접 작성해 효력이 생기는 공문서)도 공증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100% 비대면 절차로 발급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A씨의 경우엔 수수료 3000원만 내면 장거리 이동 없이 집에서 공증받아 이메일로 은행에 위임장을 제출할 수 있다.

지금은 공정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전자공증을 사용할 수 없고 신청인이 공증사무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사서증서 인증의 경우에도 화상 공증을 하려면 먼저 공증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공증인과 약속을 잡아야 한다. 간접 접촉하는 셈이다.

출력한 전자공증 문서도 원본으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전자공증 문서는 출력하면 원본 진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곳에도 제출할 수 없다. 법무부는 행정안전부의 민원처리 포털사이트인 ‘정부24’ 운영 방식을 참고해 QR코드 삽입 등을 통해 인쇄된 전자공증 문서의 원본 입증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 주민등록등본 등 정부24를 통해 발급받은 각종 증명서는 모두 인식코드가 삽입돼 있어 어느 곳에서든 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증사무소에서 공증받은 문서를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법무부는 이외에도 △온라인 본인 인증수단 확대 △모바일 간편결제 도입 △예약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한층 편리해진 비대면 전자공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2010년 전자공증 시스템, 2018년 화상공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이용자 수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공증 이용 건수는 2641건으로 전체 공증 이용 건수(253만1088건)의 0.1%에 그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