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지방 학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교적 넉넉한 학생 수를 보유한 서울에서도 학교 통합 사례가 처음 등장했다. 다가올 인구 감소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잠실여고와 일신여중이 내년부터 서울형 통합 운영모델인 ‘이음학교’로 정식 출범한다. 이음학교는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학교급 간 인적·물적 자원을 합쳐 운영하는 학교로, 일반 중·고등학교 중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두 학교의 이음학교 출범을 두고 ‘선제적’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학교는 모두 학생 수 감소 문제가 급박하지 않다. 올해 잠실여고와 일신여중은 각각 880명과 442명이 재학 중이다. 예비 입학생 수도 넉넉하다. 올초 서울교육청은 잠실여고 측에 “2026학년도까지 학급 수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학교 측 생각은 다르다. 백강규 잠실여고 교장은 “어차피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닥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으론 다가올 ‘인구벼락’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미리 대비하면서 통합형 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음학교는 학령인구 감소로 파생되는 문제를 해소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교실은 없어지는데, 교원 수업시수는 정해져 있다”며 “(수업)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학교급 간 교원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도 이음학교 시스템이 더 유익하다는 설명이다. 백 교장은 “6년 단위로 장기적인 학습지도를 할 수 있고, 체육 특기를 준비하는 학생도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운동부가 있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하는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