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는 매우 독특한 소설이다. 모두 스무 종류의 동물이 등장하는 짧은 소설 모음인데, 주인공 이름은 동일하게 ‘비스코비츠’다. 잘생겼거나 용감한 수컷 비스코비츠가 좋아하는 상대의 이름은 리우바, ‘꿈결처럼 아름답고, 하품처럼 달콤하고, 베개처럼 부드러워’ 매우 매혹적이다. 그리고 친구 페트로빅, 주코빅, 로페즈가 수시로 등장해 다양한 상황을 만든다.
돼지, 사자, 앵무새 같이 자주 들어본 동물도 나오지만 잠쥐, 되새, 쇠똥구리, 전갈같이 특성을 잘 몰랐던 동물도 줄줄이 등장한다. 스무 마리 동물 주인공의 특성에 맞춰 이야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생물학을 공부하고 2년 동안 동물유전학연구소에서 일한 알레산드로 보파에게는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공부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태국 등지에서 산 보파는 친구들에게 엽서를 자주 보냈는데, 한 친구가 “좀 더 긴 글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쓰게 된 ‘낙타 이야기’를 통해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소설가가 됐다.
생물학을 기묘한 우화로 재탄생시킨 보파의 첫 소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가 출간되자마자 천재 작가가 등장했다는 갈채가 쏟아졌다. 이 소설에 대해 평론가들은 ‘다양한 동물이 지닌 본능과 습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동물적 욕망뿐만 아니라 악하고 약하고 모순적인 면을 다각적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동물들의 특성에 맞춰 쓴 각기 다른 오묘한 이야기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카멜레온과 앵무새의 고민색깔을 조금 섞고 기관지를 부풀리면 가족도 자신을 못 알아보자 카멜레온은 ‘나는 누굴까’라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아빠에게 하소연해봤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지. 지금은 네 아빠지만 내일은 누구일지 누가 알겠어”라는 도움 안 되는 답변이 돌아온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이제는 모르겠어요”라며 혼란스러워하는 아들에게 아빠는 “우리 존재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는 게 좋아”라며 더 부채질한다. 라라와 자나와 사랑하는 리우바를 분간하기 힘들어하던 카멜레온은 마침내 “나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개탄한다.
앵무새 비스코가 리우바에게 첫눈에 반해 “널 사랑해”라고 말하자 “널 사랑해”라고 따라한다. 비스코가 “나와 결혼해주겠어?”라고 묻자 리우바도 “나와 결혼해주겠어?”라고 말한다. 비스코가 다른 앵무새를 사랑하게 돼 “애인이 생겼어”라고 말하자 리우바도 “애인이 생겼어”라고 한다. 누가 내 말을 똑같이 따라한다면? 조롱당한 기분에 질려버릴 것이다. 비스코가 스승에게 충고를 구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스승님도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라고 한다.
쇠똥구리는 동물의 배설물을 먹어야 에너지가 생긴다. 처음엔 싫었으나 현실에 적응하고 똥을 엄청나게 모은다. 퇴비 창고를 지키는 사병까지 둘 정도로 성공해 매력적인 리우바를 데려오지만 “등딱지가 시커멓고 더러운 것을 먹고 사는 잡충”이라며 떠나버린다. 채식주의자 사자도 무서워엄마 돼지는 아들 돼지에게 “넌 돼지다. 늘 더러운 것을 먹고, 더러운 짓을 하고, 더러운 생각을 하도록 노력해라. 네 집을 진짜 돼지우리처럼 만들거라. 네 멋대로 행동해라”라는 유언을 남긴다. 엄마의 죽음에 공허감을 느낀 돼지는 예쁜 돼지 리우바와 어울려 놀면서 춤을 추다가 서커스단에 팔려 간다. 거세당한 채 멋진 옷을 입고 서커스를 하던 돼지를 미국 귀부인이 구입한다. 돼지는 미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어 광고 모델이 되고 잡지 표지까지 장식한다. 귀부인은 “우리 돼지가 미국 대통령이 될 첫 동물”이라며 들떠 있다. 엄마의 유언과 다른 삶을 사는 돼지는 과연 행복한 걸까?
사바나의 왕 사자가 자신의 먹잇감이던 가젤을 사랑하는 ‘너를 사납게 만드는 것들이야, 비스코비츠’편에는 수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사바나에 어떤 동물이 오가는지 살펴보는 것만 해도 흥미롭다. “여기 육식동물 사이에서는 채식주의자야”라고 말하는 사자가 가젤 집에 갔을 때 가젤 가족이 얼어붙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한다.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온갖 해프닝으로 가득한 인간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현대판 풍자극’이라는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에서 다양한 동물을 만나보라. 2~10페이지에 한 편씩 소개하는 동물들의 스토리 하나하나에 인생사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동물의 습성을 공부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