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곳곳서 韓·中 '수출 전쟁' 치열

입력 2022-08-18 17:47
수정 2022-08-19 01:53
세계 시장 곳곳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양국 산업 구조가 수직적 협력에서 수평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 격화로 세계 ‘중고위’ 기술산업에서 수출경합도지수(ESI)가 2011년 0.347에서 2021년(9월 기준) 0.390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첨단’ 기술산업은 0.527에서 0.448로 떨어졌다. 0~1 사이의 값으로 표현하는 수출경합도지수는 수출구조의 유사성 정도를 측정한 값이다. 1에 가까울수록 두 나라 간 수출 구조가 비슷하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고위 기술산업은 전기·기계, 자동차 등을 포괄한다. 첨단기술산업은 항공우주, 의약품, 컴퓨터·사무용기기, 전자·통신, 의료·정밀광학기기 등이다. 특히 2018년 이후 한국의 텃밭이었던 아세안 시장에서 중국이 약진했다. 아세안 중고위 기술산업에서 한·중의 경합도지수는 2011년 0.369에서 2021년 0.427로 높아졌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대(對)아세안 연평균 수출은 한국이 7.5%, 중국이 8.8% 증가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한국과 중국이 각각 -11.5%, 7.7%를 기록해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첨단 기술산업에서도 양국의 대아세안 시장 경합도지수는 2011년 0.440에서 2021년 0.552로 상승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대아세안 연평균 수출은 한국과 중국이 각각 14.0%, 10.1% 증가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각각 3.8%, 15.2%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 중고위 기술산업의 경합도지수는 2011년 0.248에서 2018년 0.303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통상분쟁이 본격화하면서 2021년 0.278로 다시 떨어졌다. 첨단 기술산업에서도 경합도지수는 2011년 0.379에서 2018년 0.498로 높아졌다가 2021년 다시 0.342로 하락했다. 무협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미·중 통상 분쟁의 반사이익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