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이재명 방탄’ 논란을 불러온 당헌 80조 1항(기소 시 직무정지)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강성 당원들은 80조 완전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을 다시 제기해 하루 만에 3만7000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18일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에 3만7000여 명의 당원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전날 민주당 비대위가 당헌 80조 1항 유지 결정을 내린 직후 올라왔다.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당직 정지 요건을 ‘기소 시’ 대신 ‘1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인카드 유용과 대장동 개발 의혹 등으로 수사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을 지키기 위해선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는 청원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지난 1일 시작된 이 청원에는 지금까지 7만여 명의 당원이 동의해 답변 기준선(5만 명)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비대위는 전준위와 달리 80조 1항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같은 조 3항을 수정해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로 기소됐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에서 달리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당 윤리심판원에 있는 직무정지 판단 권한을 당대표가 이끄는 당무위로 이임한 것이다.
이 의원은 “비대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친명 당원들은 이번엔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비대위 결정을 뒤집자는 취지의 당원 청원이 하루 만에 청원 답변 요건의 70%를 넘기면서 민주당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헌 개정은 당무위와 중앙위 의결을 거쳐 오는 28일 전당대회 때 전당원 투표로 추인받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18일 “같은 내용을 세 번, 네 번 다룰 수는 없다”며 재논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우 위원장은 “당헌 개정을 원했던 당원들의 입장에서 절충안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받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