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주류세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자국민의 음주를 독려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국민 건강을 챙겨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음주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일본 국세청은 다음달 9일까지 ‘사케 비바!’ 캠페인을 열고 사케 위스키 맥주 등 주류 판매 촉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한다. 20~39세 젊은 층이 대상이다. 이번 공모전 수상자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기회를 얻는다.
이처럼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공모전을 일본 정부가 기획한 것은 주류 소비 위축이 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일본인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는 1995년 평균 100L에서 2020년 75L로 감소했다. 특히 맥주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맥주 회사 기린에 따르면 일본인 1인당 맥주 소비량은 2020년 약 55병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주류세수가 줄어들었다. 2020년 일본의 주류세수는 전년보다 1100억엔(약 1조740억원) 감소한 1조1000억엔(약 10조7400억원)이었다. 이는 3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라고 재팬타임스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48조엔(약 468조8000억원) 이상의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주류 소비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음주 열기가 식었기 때문이다. 일본 국세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이어지자 많은 사람이 동료와의 깊은 소통을 위해 술을 마시는 습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는 것도 주류 소비량이 감소한 원인이란 분석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29.1%(2021년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류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일부 유명인들이 온라인상에 주류 판매 촉진 아이디어를 게시하자 건강을 해치는 음주 습관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