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미 美 어바인 시의원 "한인사회는 한국의 해외자산…美 주류 진입 도와야죠"

입력 2022-08-18 17:55
수정 2022-08-19 00:24
“시립 수목원 사업을 시작하자 일본 총영사가 대뜸 찾아와 일본식 정원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지원금을 제안했습니다. 일본은 소름 끼칠 만큼 치밀한 로비로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합니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인 만큼 미국 주류 사회에 대한 전략적인 로비로 힘을 키워야 합니다.”

김태미 미국 어바인시 시의원(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인 정치인으로서 목표는 한인들이 미국 사회의 주류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들이 다시 한국의 ‘든든한 해외 자산’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1970년 한국에서 태어난 지 1년 만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5세대다. 2020년 어바인시 시의원 선거에서 14명의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로 당선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열린 ‘세계한인정치인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생애 세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김 의원은 20년에 걸쳐 PWC, VM웨어, CA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의 인재 채용 담당자로 근무한 인사 전문가다. 그는 “CA테크놀로지 개발자는 평균연봉이 15만달러지만, 법인 영업직은 30만달러였다”며 “그런데 개발 직군에는 한국인과 한인들이 넘쳐나지만 법인 영업은 여전히 백인들이 장악하고, 경영진에도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미국 내 한류 열풍이 분 2013년, 지인들과 운영해온 언어교류 모임인 한미문화센터를 정식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고 지역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에는 한미문화센터가 한국 정부가 지정하는 해외 한국어 교육 기관인 세종학당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그는 “한국을 향한 관심이 단순한 문화 소비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한국인과 한국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민간 활동에 주력하던 그는 2020년부터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서 급증한 아시아인 증오 범죄는 한국계의 정치적 결집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한인 1세대는 LA 폭동이라는 강렬한 경험 때문에 한인사회가 결집할 것을 주장하는 데 비해 2세대와 3세대는 상대적으로 이런 인식이 약했다”며 “과거 한국계를 비롯한 동아시아인들을 향한 차별이 승진 배제 등 ‘보이지 않는 형태’였다면, 코로나19 이후 증오범죄는 노골적이고 폭력적이라 젊은 한인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실감하고 결집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해외 한인사회가 서로 혜택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본토 인구 900만 명의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근간에는 800만 명이 넘는 해외 유대인이 있다”며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재외 한인들은 현지 사회에서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