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충청지역 일부 두부제조공장들은 정부의 수입콩(대두) 공급 부족으로 이틀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 지역 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두부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해 10월엔 정부 공급 물량보다 더 많은 두부 수요가 발생해 두부제조업체들은 긴급하게 간장 제조업체들로부터 콩을 조달해야했다.
중소기업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움켜쥔 수입대두 공급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두부 소비량은 해마다 늘어나는 데, 업계가 대두를 자유롭게 수입하지 못하고 정부가 매년 공급 물량을 지정하는 바람에 매년 콩부족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두부의 80%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수입한 콩으로 만든다. 정부는 국산 콩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콩 수입을 통제하고 수입콩 직접 공급(직배) 물량을 줄여왔다. 올해 정부의 수입콩 직배 물량은 13만7000t으로 5년 전(2017년, 16만3000t)에 비해 16% 줄었다. 실제 사용량 대비 20%이상 부족한 수준이다.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산 콩은 수입콩 대비 4~5배가량 비싼 데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잦아 수입콩 두부와 전혀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며 “국산콩 재배인들은 보호해야할 국민이고 1800개 두부제조업체들은 국민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는 농림부가 무리하게 직배 물량에 대해 입찰제도를 시행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져 한해 20~30곳씩 폐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콩은 정부에서 수입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20만t의 콩을 수입하는데, 이 중 70%는 저율 관세로 수입한 물량이다. 대부분 전년도 배급 실적에 따라 두부 제조업체에 ‘직접 공급(직배)’하고 일부는 ‘최고가 입찰(직배 공매)’로 공급한다. 정부의 입찰 물량(직배 공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두부 제조업체의 90%는 영세 중소기업이라 입찰에 따른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입찰 물량은 직접 공급보다 10~15%가량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김 이사장은 "정부가 두부 가격도 못올리게 하는 데, 입찰제도로 조달가격도 높아져 중소기업은 ‘샌드위치’신세가 됐다”며 “서민식품인 두부 소비는 매년 급증하는 데 수입콩 공급을 줄이고 입찰을 확대하면 결국 가격만 올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여러차례 농림부 장관에게 콩 수입 물량 확대 및 입찰 제도 폐지 등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매년 콩부족 사태가 벌어지면 내년도 공급물량을 앞당겨 공급해 '땜질식 처방'을 해왔다. 충청지역 한 두부업체 대표는 "매년 업계가 애원하고 빌어야 농림부가 겨우 공급 물량을 풀어주는 등 '갑질'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콩이 부족해진 배경엔 두부 소비가 급증한 영향도 있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와 ‘집콕’이 겹쳐 저렴한 식재료인 두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두부류 및 묵류 판매액은 8935억원으로 전년(7716억원) 대비 15.7% 급증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두부시장 자체가 성장해야 국산 콩 사용도 늘어날 것인데, 지금은 물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잠재수요에 비해 제대로 식품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0년째 반복되고 있는 수입콩 물량과 배분방식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시장규모 자체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