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소주 사러 줄 섰다…MZ세대 이번엔 '소주 오픈런' [오정민의 유통한입]

입력 2022-08-18 20:00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의 인기가 뜨겁다. '서민의 술'로 불리는 희석식 소주보다 최대 수십배 가격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MZ(밀레니얼+Z)세대 입맛을 사로잡아 소비자들이 매장에 줄을 서 구입하는 '오픈런'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18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더 현대 서울'에서 운영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진로 1924 헤리티지' 팝업 매장의 개점 첫 날인 지난 5일 문을 열기 전부터 소비자들이 구입을 위해 줄을 섰고, 당일 1000병 이상 판매됐다.


18일 정식 출시된 진로 1924 헤리티지는 '슈퍼 프리미엄 증류주'를 표방, 국내 최고 품질의 '임금님표이천쌀'로 만든 술이다. 3번의 증류 과정을 거친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는 30도이다. 1병당 가격은 10만원이다. 전국 주요 업소와 프리미엄주류 전문 매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3번의 증류 과정에서 초기와 말미의 원액을 버리고 풍미가 깊은 중간층 원액 만을 사용했다. 하이트진로의 98년 양조 기술력으로 최상의 맛을 구현해 부드러운 목넘김과 깔끔한 향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하이트진로는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 5일부터 팝업 매장으로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알렸다. 개장 첫 날부터 많은 소비자가 몰려 1병당 10만원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뜨거웠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1병당 10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수량이 빠르게 소진돼 지난 6일부터는 일 판매수량을 1000병으로 제한했다. 팝업 매장 운영기간이 당초 12일까지였으나 사흘 연장해 15일까지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프리미엄 소주'로 불리는 증류식 소주 시장 성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증류식 소주는 쌀 등 재료를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만든 청주를 증류한 술이다. 에탄올(주정)에 물을 타고, 감미료로 맛을 낸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가격도 비싸다.


주류업계에서 최근 증류식 소주 열풍을 불러 일으킨 것은 이른바 '박재범 소주'로 불리는 원스피리츠다.

가수 박재범이 운영하는 주류기업 원스피리츠는 강원 원주의 모월, 충북 충주의 고헌정 등 국내 양조장과 손잡고 해당 지역에서 나는 토토미를 주 원료로 사용한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첫 제품으로 선보였다. 올해 2월 더현대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원소주 팝업 매장에는 인파가 몰렸다. 현대백화점 식품관 예약·대기 어플리케이션(앱)에 대기팀이 1700팀을 넘기기도 했다. 팝업 매장은 운영 일주일 만에 1만4900원짜리 원소주 총 2만병을 완판했다.

원스피리츠가 지난달 12일부터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더프레시를 통해 판매한 두 번째 증류식 소주 '원소주스피릿'도 매장 오픈런을 불렀다. 원소주스피릿은 7월 34만2000병, 8월(17일 기준) 35만3000병이 팔려 누적 판매량이 70만병에 육박했다.

특히 초도물량 20만병은 출시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는 후문이다. 해당 기간 원소주스피릿은 편의점 GS25의 전체 주류 상품 매출 1위에 올랐다. 꾸준히 주류 매출 1, 2위를 지킨 '카스'와 '참이슬 후레쉬'를 넘어선 것.

GS리테일 관계자는 "원소주스피릿의 폭발적인 인기가 지속돼 입고 즉시 각 점포에서는 이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고객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9월 중순부터는 더 많은 수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회식 등이 줄면서 국민주(酒), '서민의 술'로 불리는 희석식 소주 출고량이 감소한 반면 프리미엄 소주로 불리는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큰 폭으로 뛰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전년보다 5.5% 감소한 82만5848㎘를 기록한 반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8.5% 급증한 2480㎘로 집계됐다.

특히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면서 동네 주막이 된 편의점에서 프리미엄 소주 수요가 급증한 모습이다.

원소주스피릿 효과를 톡톡히 본 GS25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프리미엄 소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9.7%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 소주(15.9%), 맥주(14.4%) 매출 증가율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편의점에서 인기가 높은 와인(78.1%), 양주(53.4%)의 매출 증가율보다 앞섰다.

또다른 편의점 CU에서도 프리미엄 소주의 매출은 지난 6월 전년 동기보다 75.1% 치솟았다. 같은 기간 일반 소주 매출 증가율(8.1%)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특히 20~30대 MZ세대 사이 프리미엄 소주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CU 관계자는 "프리미엄 소주의 인기는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MZ세대가 이끌고 있다. 연령대별 매출 구성비는 20대 32.2%, 30대 30.6%로 전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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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