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우면 ‘소리가 들려야 되는데’ 하면서 거기에 꽂혀버리는 거죠 … 결국 어떤 때는 새벽 3~4시까지 … 집에 오는 게 겁나는 거예요.” (대구에 거주하는 한 남성)
“가족 모두 슬리퍼를 신고 바닥에 매트도 깔았어요. 의자 다리에도 다 옷을 입혔어요. 그렇게 지냈는데도 그 편지가 계속 붙여지는 거예요.” (인천에 거주하는 한 여성)
정부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음저감 매트 설치 때 이자 비용을 지원하고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다. 또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고성능 바닥구조로 시공하는 건설사에는 분양가에 관련 비용을 추가로 가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임대주택에서 층간소음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의 첫 번째 후속 세부 대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이 늘면서 층간소음 민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층간소음 완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봤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자 중 약 64%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층간소음 저감 성능이 입증된 소음저감 매트 설치 때 이자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저소득층(1∼3분위)에는 무이자로, 중산층(4∼7분위)이라도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면 연 1%대 낮은 금리로 설치비(최대 300만원)에 대한 이자를 지원한다. 바닥 매트는 제품에 따라 최대 3㏈(데시벨)의 성능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이가 소파에서 뛰어내릴 때 발생하는 소음이 50㏈ 수준인데 여기에서 3㏈만 낮아져도 체감 소음 저감 효과가 뚜렷해진다.
또 500가구 이상인 공동주택 단지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다. 입주민과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등이 참여하는 주민자치조직을 설치해 분쟁 발생 때 자율적인 해결을 유도하기로 했다. 올 6월 말 기준 전국에 1만8515개의 공동주택이 있는데 이 가운데 500가구 이상인 단지는 44%(8116곳)다.
층간소음 발생을 시공 단계에서부터 차단하기 위해 건설사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신축되는 아파트에 한해 층간소음 수준을 측정해 이른바 '발 망치 소리'로 불리는 중량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이 1등급(40데시벨(dB) 이하)이면 분양보증 수수료를 30% 할인해준다. 2등급과 3등급은 각각 20%, 10%씩 할인 받는다.
분양보증 수수료는 건설사가 부도가 날 경우를 대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 완공이나 분양대금 환급 등을 보증해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다. 1000가구 규모 아파트를 시공하는 건설사가 1등급을 받으면 분양보증 수수료 약 5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바닥 두께를 추가로 확보(210mm 이상)하면 분양가 가산을 허용하고 높이 제한 완화도 추진키로 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별 층간소음 측정 결과를 통지토록 해 입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매년 우수 시공사를 선정·공개해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공동주택의 상당수는 벽식 구조라 벽을 타고 소음과 진동이 아래층으로 전달되기 쉽다. 이에 따라 라멘(기둥식) 구조에 대한 층간소음 완화 효과를 실증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라멘 구조 확산을 위해 용적률과 높이 제한 등 건축기준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층간소음은 끔찍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지만 방치할 수만은 없다"며 "다양한 연구개발과 제도적 장치 등을 모아 층간소음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