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자회견 이상하다? 기자들 노트북 없었던 이유

입력 2022-08-18 07:07
수정 2022-08-18 08:17


"이 많은 기자 중 노트북을 가지고 기사 쓰는 기자가 한 명도 없네요.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상한 기자회견'이라는 제목으로 출입 기자들이 노트북을 지참하지 않고 현장에서 필기만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의 말을 노트에 받아적기만 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보안상 노트북 반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



출입기자에 따르면 노트북 등의 반입이 금지됐고 펜과 종이만 지참하는 것이 허용됐다.

한 네티즌은 "이번 정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한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 노트북 반입을 금지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서 기자회견 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대통령이 청와대서 업무를 볼 때도 기자들의 취재 제약은 존재했다.

김대중 정부까지는 기자들이 자유롭게 청와대 경내의 비서동에 가서 비서관을 취재하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보안이 강화되면서 출입 기자들의 청와대 경내 출입이 전면 금지되고 춘추관에서만 취재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브리핑을 할 때는 춘추관을 찾아서 브리핑을 하곤 했다.

2016년 소말리아의 여객기에선 비행 중 폭발로 동체에 구멍이 뚫리고, 승객이 추락해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당시 테러범이 노트북 속에 폭탄을 숨기고 탑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문에 미국 정부가 중동과 아프리카 8개국에서 자국으로 오는 여객기 객실에 스마트폰보다 큰 전자기기인 노트북, 태블릿 PC, 디지털카메라 등 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서 "국민 여러분의 응원도 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 국민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늘 국민의 뜻을 최선을 다해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서 "지난 휴가 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1년여의 시간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인사쇄신이란 것은 국민 민생을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조금 시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던 도어스테핑(아침 출근길 문답)을 계속 이어가겠냐는 질문에는 "저를 걱정하는 분들은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떨어진다며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만은 그건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면서 " 국민들에게 저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게 있어도 (도어스테핑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이해하고 미흡한 점들은 개선돼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민생 안정에 매진하느라 못 챙겼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