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의 공무원 임대아파트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다. 주변 시세보다 소폭 낮게 책정한 전셋값에도 일반 공무원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달 서울 일원동 ‘상록 스타힐스’ 1829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신청자가 1099명에 그쳤다. 약 40%인 730가구가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 전용면적 18~59㎡의 주택형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교적 큰 평수(46~59㎡)의 신청이 대거 미달됐다.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가격에 나오는 공무원 임대주택 신청에서 대규모 미달이 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단지는 개포지구의 기존 공무원 임대주택 상록주공 9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교육·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다.
강남 공무원 임대주택이 외면받은 것은 전용 59㎡가 8억8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전셋값 때문이다. 전용 46㎡도 전세 보증금이 7억640만원에 달한다. 반면 서울의 다른 공무원 임대아파트인 상계주공15단지 전용 49㎡ 전셋값은 1억5280만원 수준이며, 전국에서 개포동 다음으로 임대료가 비싼 경기 성남시 판교동 공무원임대단지 전용 84㎡ 역시 전세 보증금이 4억2558만원이다.
개포 주공 주변 강남구 일원동이나 송파구 가락동 등의 구축 아파트 59㎡도 전세금 6억~7억원이면 입주할 수 있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전셋값 8억8000만원은 공무원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공무원을 위한 주택이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비싼 전셋값이 책정된 것은 과거 서울 변두리 지역이었던 개포지구가 지금은 ‘금싸라기 땅’이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고덕동 공무원 임대주택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 연금공단은 “주택사업운영규칙에 따라 외부전문기관 감정평가를 거쳐 산정한 임차료”라고 해명했다. 공무원 연금공단 관계자는 “인근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의 전셋값은 평균 17억3000만원에 달해 59㎡로 환산하면 약 12억2500만원”이라며 “공무원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연금공단은 연내 미달 물량에 대한 추가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