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제안한 ‘담대한 구상’ 의미를 구체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광복절에 발표한 비핵화 로드맵에 따라 우리가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먼저 다 비핵화를 시켜라, 그다음에 우리가 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종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의제를 먼저 우리가 줘야 저쪽의 답변을 기다릴 수 있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정착에 필요한 의미있는 회담이나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담대한 구상의 대북지원 내용에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 무기체계의 군축 논의 등을 포함하는 등 기존 내용에 정치·군사분야 협력 방안도 추가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체제 안전을 요구하면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는 “체제 안전 보장이란 건 대한민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저와 우리 정부는 북한 지역의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화는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고위 당국자 회담 추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며 “다만 남북 정상 간 대화나 또 주요 실무자들의 대화와 협상이 정치적인 쇼가 돼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한반도·동북아의 평화 정착에 유익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핵무장론과 관련한 관련 질문에는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항구적인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전제”라고 답했다.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 제안에도 북한은 이날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며 도발했다. 군 관계자는 “오늘(17일) 새벽 북한이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두 달여 만에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는 네 번째다.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사항은 아니다.
오는 22일 시작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을지자유의 방패(UFS)’에 대한 반발과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협상 제안에 찬물을 얹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항상 한·미 연합연습 전후에 비난 성명과 무력 시위 등으로 반발했다”며 “순항미사일 발사도 UFS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