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 고속 성장한 혁신 플랫폼 기업들이 속속 구조조정 코너에 몰리고 있다. 경기가 갑자기 얼어붙자 성장이 주춤한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면서다. 적자가 늘고 돈줄이 말라 일부 창업자는 경영권까지 내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 가치로 평가받던 혁신 플랫폼 기업들이 줄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1세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켓몬스터(티몬),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왓챠,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자발적인 경영권 매각이 아니라 ‘반강제적인 M&A’가 진행 중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11번가, 브랜디, 컬리(마켓컬리), 오아시스, 발란, 리디(리디북스) 등 e커머스 및 콘텐츠 분야의 플랫폼 기업들은 기업공개(IPO)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IPO나 투자 유치에 실패해 경영권 매각 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쏘카, 컬리 등은 ‘몸값’이 반토막 밑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IPO를 진행하고 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의 모험자본 육성 정책과 함께 투자금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고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상당수 플랫폼 기업은 끌어모은 돈을 거의 소진했는데 추가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1등 플랫폼이 아니라면 구조조정 바람은 점점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후 네이버만 살아남고 수많은 인터넷기업이 문을 닫은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플랫폼 분야별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구조조정 시장이 본격 열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