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사면해주니…'복직 시키라'는 금융노조

입력 2022-08-17 17:32
수정 2022-08-25 16:04
시중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대법원 유죄 판결로 해고된 전임 노조 간부들의 복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음달 16일 총파업을 예고한 금융노조가 파업을 빌미로 조합원의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노조 간부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전 금융노조 위원장)과 문병일 한국노총 서울본부 수석상임부의장(전 금융노조 부위원장), 정덕봉 전 금융노조 부위원장 등 전임 노조 간부 3명의 복직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2017년 금융노조 산별중앙교섭 복원 과정에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기물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3명의 노조 간부는 지난달 소속 회사인 농협경제지주와 우리은행, 국민은행으로부터 내부 직무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정당한 노조 활동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한 노동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직원에 대한 ‘정상적인 인사 절차’라고 맞서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들 전임 노조 간부 3명이 지난 12일 정부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을 계기로 ‘해고자 복직 투쟁위원회’ 활동을 강화하는 등 복직 요구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조합원의 정당한 조합활동은 처분을 받더라도 해고를 제한한다’는 기존 단협 조항에서 ‘정당한’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 처분을 받더라도 해고 등 사측의 징계가 불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개별 사업장(은행)의 해고 문제를 산별교섭에서 다룰 수는 없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용자 측 관계자는 “은행 인사 절차에 따른 결정에 사용자협의회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금융노조는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사용자 측은 최근 기존 임금 인상안(1.4%)보다 높인 1.9% 인상안을 금융노조에 제시했다. 금융 노사가 지난해 임금 2.4% 인상안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사용자 측이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올해 물가상승률 수준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6.1% 인상 요구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존보다 물러선 수정안을 제시하는 대신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파업 명분’ 쌓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선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무기로 전임 노조 간부 3명의 복직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면받았으니 해고자를 무조건 복직시키라는 금융노조의 주장을 은행이 어떻게 수용하겠느냐”며 “10만 명의 조합원을 앞세워 금융노조가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