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만 초점을 맞췄던 유통업체들의 배송 서비스가 각 상품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배송’으로 진화하고 있다. SSG닷컴이 루이비통, 프라다 등의 고가 해외 브랜드를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무장한 전문 보안 요원들이 문앞까지 배송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7일 SSG닷컴에 따르면 프리미엄 배송을 맡고 있는 곳은 특수 물류 전문업체 발렉스다. 발렉스는 은행의 현금을 자동화기기(ATM)로 호송하거나 국가고시 시험지와 답안지를 배송하는 게 주업인 업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되고, 고가의 명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명품 배송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발렉스는 SSG닷컴 외에도 주요 백화점 온라인몰과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28억원으로 전년(395억원) 대비 8.4% 늘었다. 발렉스는 B2C 명품 배송을 넘어 개인 간 비대면 명품 거래를 돕는 C2C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홈쇼핑업체들도 쿠팡과 컬리 등 e커머스 ‘공룡’들의 공세에 대적하기 위해 색다른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CJ온스타일의 ‘나눔배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나눔배송은 주문 단계에서부터 여러 주소지로 배송지를 지정해 상품을 나눠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스팸 20개로 구성된 상품을 주문할 때 10개는 부모님댁으로, 10개는 자택으로 나눠서 배송받을 수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대량 구매에 따른 가격 할인 혜택은 그대로 받으면서 배송지를 나눌 수 있어 대용량 상품 구매가 부담스러운 1~2인 가구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GS샵은 지난해 말부터 ‘도착일 선택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생일 등 기념일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날을 배송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휴가 날짜에 맞춰 미리 예약한 펜션으로 상품을 배송받을 수도 있다. 도착일 선택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하루 평균 200여 명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 속도는 더 이상 경쟁의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빨라진 상황”이라며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앞으로 배송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