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반발로 ‘외고 폐지안’이 사실상 백지화됐지만 전국 외국어고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문과 기피 현상’으로 지원자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높던 과거와 달리 이젠 원서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1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전국 30개 외고의 경쟁률은 0.98 대 1에 그쳤다.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 미달을 기록한 학교는 전년 14개 교에서 17개 교로 늘었다. 강원외고는 개교 이후 처음으로 미달 사태를 맞았다.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서도 이화외고, 서울외고 두 곳이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학령인구가 매년 급감하면서 신입생 모집은 갈수록 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급변한 대입 체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약계열학과와 반도체·인공지능(AI)학과 등 이공계 인기가 치솟으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자연계로 쏠리고 있다”며 “인문계만 있고 내신에서도 유리할 게 없는 외고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글로벌 시대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외고 교육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외고 존치를 포함한 교육 발전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