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마비된 쥐, 인공신경 이식받고 뛰었다…루게릭병 정복 첫발

입력 2022-08-16 17:40
수정 2022-08-17 02:38
서울대 연구팀이 ‘신축성 인공신경’을 활용해 척수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쥐의 운동 기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인공신경을 이식받은 쥐는 곧장 걷거나 공을 차고, 러닝머신 위에서 뛰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연구 성과가 루게릭병이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의 실마리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16일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사진) 연구팀과 바오저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인공신경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게재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의 성과다.

이 교수 연구팀이 마비된 쥐를 회복시키는 데 활용한 인공신경은 신축성 있는 소재로 신경의 원리를 묘사해 만든 것이다. 피부에 붙이는 방식이라 의료계에서 적용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경 손상 분야에서 활용해온 기존 ‘기능성 전기자극 치료’에 비해 가용성 측면에서 한 차원 앞선다는 평가다. 기능성 전기자극 치료는 움직일 수 없게 된 근육에 전기자극을 가해 근육 운동을 유발하는 치료다. 제한된 공간에서 수십 대의 초고속 카메라와 거대한 배터리 등 많은 장비가 필요해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사지가 마비된 쥐에 적용한 인공신경 기술이 임상시험을 거쳐 인체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 업계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적으로는 살아 있는 신경의 손상을 막을 수 있고, 루게릭병이나 파킨슨병 등 신체 움직임을 제한하는 불치병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어서다.

향후 20년 안에 신축성 인공신경이 인간의 신경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교수의 목표다. 이번 연구 성과는 외부에서 인공적인 신호를 입력해야만 운동 기능이 살아난다. 이 교수는 “신경이 손상됐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남아 있는 다른 부분의 신경이 저절로 손상된다는 것”이라며 “신축성 인공신경을 활용하면 신경이 절단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