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영 항공사들, 뉴욕증시 자진 상폐할 것"

입력 2022-08-16 17:13
수정 2022-08-17 01:44
미·중 갈등이 자본시장으로 번졌다. 미국 규제당국이 회계감사의 고삐를 조이자 중국 국영기업이 잇달아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레드먼드 웡 덴마크 삭소은행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중국 대기업이 연달아 자진 상장폐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웡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격화해 중국이 미국 규제당국에 양보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곧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은 1997년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2억2700만달러(약 2975억원), 6억3200만달러(약 8282억원)를 각각 조달했다. 두 회사 모두 홍콩과 중국 증시에 동시 상장돼 있다.

두 기업에 앞서 중국 최대 에너지회사인 중국석유화공과 페트로차이나, 중국알루미늄기업, 중국생명보험, 시노펙상하이석유화학 등 5개 기업이 지난 11일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발표했다. 5개 기업은 오는 20~25일 자진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하고 약 10일 뒤 상장폐지된다.

자진 상장폐지는 중국 당국의 결정에 따른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은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의 통제를 받고 있다. 두 기업에 앞서 상장폐지를 발표한 5개 기업 중 4개가 SASAC 관할 아래 있다.

웡 애널리스트는 “수많은 중국 개인과 기업·기관에 대한 막대한 양의 민감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중국 인터넷·플랫폼 기업도 미국 증시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며 “알리바바와 핀둬둬, JD닷컴(징둥), 바이두, 소후닷컴, 웨이보, 비리비리, 아이치이, KE홀딩스 등도 자진 상장폐지 후보”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상장폐지를 선택한 것은 미국이 감사의 고삐를 조였기 때문이다. 미국 회계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조사할 권리를 요구해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