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암세포 검출 장비를 선택했다. 혈액검사만으로 암 진단뿐 아니라 전이 여부까지 알 수 있는 액체생검 기술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싸이토젠은 지난 3월 NIH에 ‘셀 아이솔레이터’라는 장비를 공급했다. 혈액 속에 떠돌아다니는 암세포인 순환종양세포(CTC)를 산 채로 잡는 장비다. NIH는 암 조기 진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싸이토젠에 이 장비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싸이토젠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셀 아이솔레이터를 자체 개발했다. 핵심은 고밀도다공성칩(HDM칩)이다. 지름 10㎜의 칩에 미세한 구멍 58만 개를 내 적혈구나 백혈구보다 크기가 큰 CTC를 훼손하지 않고 걸러낸다. HDM칩 표면에 바이오 코팅 처리를 해 CTC 손상도 최소화했다.
다음달 ‘스테이너’(걸러낸 CTC를 형광염색하는 장비)와 ‘애널라이저’(염색된 CTC를 분석하는 장비)도 NIH에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NIH 내부의 CTC연구랩에서 아이솔레이터의 효능을 긍정적으로 판단해 관련 장비 추가 공급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CTC 검출 기반의 싸이토젠 장비를 이용하면 암세포의 DNA뿐 아니라 리보핵산(RNA) 변이 및 발현량, 단백질 발현량 등에 대한 정보도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RNA는 살아있는 세포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손상 없이 CTC를 검출하는 게 중요하다. CTC 분석 속도가 빠른 것도 강점이다. CTC 분리와 염색, 분석 등 모든 단계를 반나절 안에 마칠 수 있다.
NIH가 비교 분석 중인 CTC 장비는 싸이토젠과 영국 앵글의 제품 등 2종으로 알려졌다. 싸이토젠 장비는 앵글에 비해 검출 속도가 빠르고, CTC를 분리해내는 방식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싸이토젠은 장비 검사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장비를 자체 개발한다. 업그레이드한 횟수만 30회가 넘을 만큼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