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서울 10만 가구를 포함해 총 22만 가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구 지정을 추진한다.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안전진단 규제도 손질한다.
국토교통부는 16일 발표한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에서 내년부터 5년간 22만 가구 규모의 정비구역을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지정된 정비사업 구역 12만8000가구보다 9만2000가구 많다.
지역별로 서울은 신속 통합기획 방식으로 10만 가구, 경기·인천은 역세권과 산업시설 배후 노후 주거지 등을 중심으로 4만 가구의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한다. 지방은 광역시의 쇠퇴 구도심 위주로 8만 가구 규모를 지정한다.
규제 완화에 방안을 담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정상화 계획도 공개됐다. 우선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감면이 추진된다.
국토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을 개정해 현재 3000만원인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누진되는 부과율 구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의 개정안 발의안인 면제 기준 1억원 상향, 누진 부과 구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주택을 장기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추가 감면해주는 방안과 1주택 고령자에게는 상속·증여·양도 등 해당 주택 처분 시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재건축 종전가액 평가 시점을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늦춰 부담금 부과 기간을 단축(최장 10년)하는 방안은 시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재초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임대주택과 역세권 첫 집 등 공공분양 기부채납으로 발생한 조합의 수입은 부담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재건축 조합이 역세권 첫 집을 지어 기부채납하면 종 상향(3종→준주거)을 하거나 용적률 인센티브(법정 상한의 120%)를 부여할 방침인데, 이때 발생하는 조합 수입도 재초환 산정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초과이익환수 개선안을 발표하고 법 개정에 착수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도 낮아진다. 정부는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50%에서 30∼40%로 줄이고 주거환경, 설비 노후도 배점을 상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은 15%에서 30%로, 건축 마감·설비 노후도는 25%에서 30%로 각각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구조안전 배점을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이 높아지면 주차장 부족 등으로 재건축을 원하는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가 수월해진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정비구역 지정권자(특별·광역시장 등)에게 항목별 배점에 대한 상·하향(±5~10%포인트) 권한을 부여하는 등 지자체의 재량권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자체장 판단에 따라 안전진단 배점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을 때 시행하는 정부 기관의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옛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부터 추가로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를 받아야 하는데, 이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단지가 많았다.
정부는 연내 안전진단 개선 방안을 마련하되 적용 지역과 범위, 시행 시기 등은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