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美 480조원 쏟는데…법안 조항에 ‘우려’ 여전

입력 2022-08-14 22:46
수정 2022-09-12 00:01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놓고 기후변화 조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소조항이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거나 일부 쟁점이 누락돼 이번 법안이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미국 온라인매체 복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탄소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육류 생산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대,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에너지 및 기후변화 프로그램에 3690억달러(약 480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7일 미국 상원을, 12일 하원을 통과한 상태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이 남아있다.

복스는 “식품 산업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를 야기한다”며 “육류, 유제품 등을 생산할 때 나오는 메탄, 이산화질소 등의 온실가스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내용이 미흡한 점, 바이오연료 생산 장려책을 마련했지만 이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토양·수질 오염 억제, 식물권 보호 등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느라 정작 기후변화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조치가 축산업·농업 분야에서 부족했다는 얘기다.

다른 외신도 법안의 맹점을 지적했다. 경제매체 포브스는 지난 3일 “당근을 미끼로 내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재생에너지 분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풍력·태양광 발전용으로 공공 토지를 임차하려는 에너지 사업자에게 일정량의 토지를 석유·가스 시추용으로도 공급하는 내용이 담겨서다. 해상풍력 발전을 개발하려는 경우에도 비슷한 투자 유인책이 적용됐다. 미국 친환경 비영리단체인 와일드니스 소사이어티는 “시추용 토지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안도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전반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데에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미국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인 에너지이노베이션은 “이번 법안 발효로 연간 온실가스 감축량이 2030년 최대 11억5000만톤에 이를 것”이라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도 달성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정치경제연구소는 법안 시행으로 향후 10년간 청정 에너지, 에너지 소비 효율화,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 90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니 다스굽타 세계자원연구소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기후변화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민간과 정부가 함께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