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홍콩 엑소더스'

입력 2022-08-14 17:23
수정 2022-08-15 01:05
홍콩 인구가 1년 새 12만1500명이나 줄었다. 60여 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이 가운데 이민으로 홍콩을 떠난 사람이 11만3200명에 달했다. 홍콩 인구는 2019년 750만7900명에서 729만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3년 새 홍콩을 떠난 사람만 22만 명 이상이다.

인구 감소의 표면적 요인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초고강도 방역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약속 파기와 통제 강화다.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반중 시위가 일어나자 2020년 홍콩 보안법을 제정해 통제를 강화했다. 이에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젊은 고학력자의 이민이 급증했다. 현지 언론들은 “지금처럼 인재가 유출되면 홍콩의 노동력과 경쟁력, 정부 세수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중국화’로 자본시장이 위축되자 글로벌 투자자들도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이들은 과실 송금(이익 잉여금 배당) 제한과 과도한 코로나 통제 등 규제가 강화되자 싱가포르로 떠나기 시작했다.

홍콩 당국의 각종 검열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민주화 시위 현장을 1초 이상 담았다는 이유로 8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상영을 금지당했다. 종교 콘텐츠 규제로 성경을 인쇄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공무원을 채용할 땐 충성서약을 한 사람만 뽑고, 이를 거부하면 징계하거나 해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표를 던진 공무원이 지난해 3700여 명에 이른다.

교육부는 최근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다”는 억지 논리를 담은 고교 교과서를 제작했다. 의회는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90석 중 89석을 친중 인사로 채웠다. 급기야 해외 인사들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해외 홍콩 의회’ 구성에 나섰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홍콩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의 중국화’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1997년 중국에 귀속된 뒤 50년간 고도 자치를 보장한다던 약속은 종이짝이 된 지 오래다. 지난 25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볼 때 남은 25년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탈홍콩’ 행렬을 막을 수 없다. 한때 ‘둥팡밍주’(東方明珠·동양의 진주)로 불렸던 홍콩의 하늘 위로 더 크고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