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만 5세 초등 입학’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뒤 대안으로 꺼낸 ‘초등 전일제 학교’가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고 돌봄교실도 오후 8시까지 연장해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교사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생들이 원하는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는 ‘초등 전일제 학교’를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2025년까지 모든 학교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돌봄교실 운영시간도 오후 5~7시에서 8시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맘카페 등에선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2022년도 범정부 온종일돌봄 수요조사’에 따르면 온종일돌봄을 희망하는 학부모는 48.38%로 전년(45.21%)보다 소폭 늘었다. 아이가 어릴수록 학부모들은 돌봄교실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73.34%가 돌봄을 희망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학부모 A씨는 “지금도 오후 7시까지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7시까지 이용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며 “아이가 너무 늦게까지 있으면 돌봄 선생님이 싫어하니 3시만 넘어도 아이들이 다 학원에 간다”고 했다. 학교가 아이 돌봄에 적당한 공간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초등학생 자녀 1명을 키우는 학부모 한모씨(38)는 “학교에 오래 남아 있는 걸 아이가 굉장히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답답해한다”며 “돌봄 교실이 늦게까지 운영돼도 오후면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이유”라고 했다.
교사들은 업무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한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총연합회는 “교육청이나 별도 공공기관을 전담기관으로 둔다 해도 학교와 교사는 운영 주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책임과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정규 학교수업은 ‘교육’, 방과후 수업과 돌봄은 ‘보육’으로 규정하고 보육은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초등 전일제 학교가 아니라 방과후센터로 명명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되, 학교는 공간을 지원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