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계에서 신성 모독 작품으로 공격받아온 소설 <악마의 시> 저자 살만 루슈디(75·사진)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슈디는 전날 미국 뉴욕주 서부에 있는 셔터쿼카운티에서 강연에 나서기 직전 무대로 돌진한 하디 마타르(24)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 등을 열 차례 찔렸다. 마타르는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루슈디는 헬기로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장시간 수술을 받았다.
루슈디의 대변인 앤드루 와일리는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로 호흡하고 있다”며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이 흉기에 찔려 손상됐으며 한쪽 눈을 잃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이슨 슈밋 셔터쿼카운티 검사장은 이날 “이번 사건은 루시디를 겨냥해 사전에 계획된 이유 없는 공격”이라며 “용의자를 2급 살인미수와 폭행으로 공식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마타르는 법정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마타르의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AP가 보도했다. 법원은 마타르에 대해 보석 없는 구금을 명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루슈디에 대한 사악한 공격에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며 “전 세계인, 미국인과 함께 건강과 회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계 영국인인 루슈디가 1988년 출판한 <악마의 시>는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는 무슬림들에게 루슈디의 살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 이슬람 단체는 루슈디에 대해 300만달러 이상의 현상금을 걸었으며 루슈디는 신변에 위협을 느껴 장시간 은둔 생활을 하기도 했다.
셔터쿼카운티 검찰은 마타르 외에 공범이 있는지를 추궁하고 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NBC 등은 수사당국이 마타르의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분석한 결과 그가 시아파 극단주의와 이란 혁명수비대에 심정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 출신인 마타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최근 뉴저지주로 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타르 부모의 고향인 레바논 야룬시의 알리 테흐퍼 시장은 로이터통신에 “마타르가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이번 강연장에는 경찰관 2명만 배치됐으며 참석자들의 가방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CNN은 “강연 주최 측이 기본적인 안전 강화 권고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