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서 환경 마케팅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도 가장 강력한 주제는 친환경 문제다. 최근 환경부와 제주도 및 유네스코가 공동 주최한 ‘2022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는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 투자가 필수적이며 소비자들도 그런 기업에 호응하며 착한 소비를 실천한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문제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했다.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에서는 SK텔레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전개한 ‘환경을 위한 행복한 습관, 해피해빗(HappyHabit)’ 캠페인 사례가 발표됐다. 2020년 11월 11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사용량을 줄이고 일상생활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한 목적에서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가 출범했다. 이 연합체는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착한 습관을 정착시켜 지속 가능한 환경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결성됐다.
해피해빗은 다회용 컵의 공급부터 대여, 수거, 세척, 재공급으로 자원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친환경 플랫폼 사업이다. 해피해빗 캠페인에 따라 올해 7월까지 일회용 컵 400만 개를 절감한 효과를 거뒀다. 일회용 컵 400만 개를 일렬로 쌓으면 그 높이는 에베레스트산의 63배 수준인 560㎞에 달하고, 해피해빗 다회용 컵을 70회 재사용하면 소나무 한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SK텔레콤과 함께한 ‘에코제주 프로젝트’는 1년 동안 한라산 194배 높이의 일회용 컵을 줄였다. 2020년 11월에 서울 지역 커피전문점 19곳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던 해피해빗은 제주의 ‘에코제주 프로젝트’와 인천의 ‘인천e음 카페’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20여 개 거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기업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시도하고 있는 ‘에코그래머블’ 마케팅도 친환경 문제를 핵심 주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에코그래머블(eco-grammable)이란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는 뜻의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을 합친 신조어로, 자신만의 취향을 즐겁게 소통하는 젊은이들이 만들어냈다.
이 말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친환경 성격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칭할 때 자주 쓰인다. 2022년 1분기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MZ세대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참여자의 65.4%가 ESG 실천 기업의 제품이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며 MZ세대를 대상으로 에코그래머블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코카콜라의 ‘원더플 캠페인’(한 번 더 사용되는 플라스틱), 이마트의 ‘에코 리필 스테이션’(친환경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의 리필 구매), CJ제일제당의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햇반 용기의 회수 재활용), 풀무원의 ‘풀무원 줍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 캠페인 등이 에코그래머블 마케팅 활동의 구체적인 사례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니라 다회용 컵을 쓴다면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플라스틱 남용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해피해빗의 핵심 인프라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다회용 컵은 환경 호르몬 걱정 없이 70회 정도를 반복해서 쓴 다음, 100%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할 것이다. 자기 스스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착한 소비자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자 남에게도 자신의 착함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플라스틱 문제를 줄일 ‘행복한 습관’에 모두의 관심과 실행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환경 마케팅은 이처럼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