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원회 징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등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 올라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 7월 7일 윤리위 징계 이후 처음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의 회견을 두고 "올 것이 왔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의 강도 높은 비판이 여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당대표 축출 목표 선명…후폭풍 없을 줄 알았나"먼저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에 대해 "어차피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원칙 없이 정해진 징계 수위라는 것은 재심을 청구한다고 해도 당대표 축출의 목표가 선명한 그들의 뜻을 돌려세울 순 없었을 것"이라며 "어차피 아직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다투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이 대표가 언급한 '그들'은 윤핵관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해 "이번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한다고 모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 같다"며 "비상 상황을 주장하면서 당의 지도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황당한 발상"이라고 했다.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이 대표는 "법원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결단해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겠다"며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은 그걸 알면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이고 후폭풍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냐"고 반문했다."대통령 지도력의 위기"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 간의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특히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정당에 대한 평가는 여론조사에서 파악되는데, 민심은 떠나고 있다"며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했다.
이어 "가장 놀라운 것은 그 메시지에서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이 그들 사이에서 씹어 돌렸던, 씹어 돌림의 대상이 됐던 제게 어떤 사람도 그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건 인간적인 비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자 내용은 '당이 잘 돌아간다'면서 치하하는 내용과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원내대표의 다짐이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실에서 비대위 전환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와 함께 그다음 날부터 갑자기 당내에서 비상 상황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했다.
윤핵관 실명 언급한 李 "열세 지역 출마하라"이 대표는 '윤핵관'으로 지목되는 인사들의 실명을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열세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윤핵관과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과 맞붙은 정세균, 황교안과 맞붙은 이낙연을 넘어설 수 없다"며 "호가호위한다고 지목받는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각자의 장원을 버리고 열세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면 어쩌면 저는 윤핵관과 같은 방향을 향해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그들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며 "저는 이번에 노출된 당의 민낯, 적어도 그 민낯에는 그분들의 부끄러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尹, 제게 '이 새끼 저 새끼' 했다더라"이 대표는 이어진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지금처럼 표현하면 당내 갈등이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양비론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명백하게 이번 사태는 윤핵관이 일으켰고, 저는 지방에서 당원을 만났기 때문에 '쌍방' 논리는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앞으로 행보는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각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은 정당과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없어서 어차피 그들만의 희생양을 찾아 나설 것"이라며 "제가 말한 것처럼 윤핵관들은 선거가 임박하면 임박할수록 희생양의 범주를 넓혀서 어쩌면 본인들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론에 대해선 "원내대표는 하면서 직무대행을 그만둔다고 한 건 이치에도 맞지 않고 당을 희화화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주도해 의원총회를 열고 당의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선언한 것은 논리적 개연성을 언젠가는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전당대회가 열리면 출마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대는 원래 내년 6월에 열려야 된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면 아마 한 12월쯤 (당대표 선거) 후보 공고를 내서 절묘하게 이준석이 참여하기 어렵게 국민들은 현혹시킬 것"이라며 "그럴 바에야 빨리 (전대를) 치러버리시라"고 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저는 주 위원장에게 항상 예를 갖춰 대우하지만, 주 위원장이 제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걸 듣지 않고, 그리고 저도 말하지 않는 게 주 위원장에게도 제게도 낫겠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이 새끼 저 새끼라고 말했다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냐'는 질문에 "저도 선거 과정 중에서 언론인들에게 아주 빈번하게 들었던 이야기이고, 언론인도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일 것"이라며 "그런데 제가 이걸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뭐냐면 실제로 그 자리에 배석했던 한 의원님이 저한테 얘기를 해주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에 대해 그때 이미 그런 말을 전해 들을 때부터 마음이 아려왔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당후사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이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 수위가 높지 않았다고 했지만, 올 것이 온 것 같다"며 "이제는 이 대표가 말한 윤핵관들이 답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