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의문의려 (倚門倚閭)

입력 2022-08-15 10:00

▶한자풀이
倚 : 기댈 의
門 : 문 문
倚 : 기댈 의
閭 : 이문

려'문에 기대어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식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 《전국책(戰國策)》

춘추시대 왕손가(王孫賈)는 열다섯에 제(齊)나라 민왕을 모시는 신하가 되었다. 왕손가의 어머니는 그가 입조(入朝)해 집에 늦게 돌아올 때면 문 앞에 기대 서서 아들을 기다리곤 했다.

연(燕)나라가 제나라의 도성 임치(臨淄)를 급습해 민왕이 피신했다. 왕손가는 이 소식을 듣고 황급히 뒤쫓았으나 왕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꾸짖듯 물었다. “연나라 군대가 쳐들어왔는데, 너는 어찌하여 왕을 보호하지 않느냐?” “저는 왕이 어디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버럭 화를 냈다. “네가 아침에 나가 늦게 돌아올 때면 나는 대문에 기대 네가 돌아오는지 바라보았고, 네가 저녁에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마을 문 앞에 기대어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女朝出而晩來 則吾倚門而望 女暮出而不還 則吾倚閭而望). 너는 지금 왕을 섬기는 몸으로 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냐.”

어머니 말에 왕손가가 다시 민왕의 행방을 알아보니, 이미 초(楚)나라 장군 요치에게 살해당한 뒤였다. 왕손가는 사람들을 규합해 요치를 주살했다. 전한 시대 유향이 전국 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모은 《전국책》에 나오는 고사다. 참고로 주(周)나라 때 행정구역으로 스물다섯 집을 리(里)라 했는데, 리마다 세운 문 곧 이문(里門)을 려(閭)라고 한다.

의문의려(倚門倚閭)는 ‘문대 기대어 기다린다’는 뜻으로, 밖에 나간 자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간절한 심정을 비유하는 말이다. 의문지망(倚門之望) 의문이망(倚門而望) 의려지망(倚閭之望) 의려지정(倚閭之情)으로도 쓴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정을 뜻하는 연독지정(犢之情),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끊어졌다는 모원단장(母猿斷腸)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사랑을 일컫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