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등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다섯 곳이 자진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대만을 두고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 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중국 외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시노펙과 자회사인 상하이석유화공(시노펙 상하이), 중국 국유 석유업체 페트로차이나, 중국알루미늄, 중국생명 등 5개 기업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스스로 상폐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들 기업은 “오는 20~25일 자진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약 열흘 후 상장폐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뉴욕증시 상장 주식 비중이 크지 않고 상장 유지 의무를 지키기 위한 부담이 크다”고 자진 상폐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은 3180억달러(약 415조원)를 웃돈다.
이들 기업의 자진 상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독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2020년 통과된 미 외국기업책임법(HFCAA)에 따르면 미국 내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들은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270곳 중 상폐 예비 명단에 올라 있는 기업은 159곳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자진 상폐 결정을 내린 기업 중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 중국생명은 상폐 예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선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자 중국 국유·국영 기업들이 선봉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킹스턴증권의 디키 웡 리서치헤드는 “(자진 상폐는) 전술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이라며 “미·중 갈등이 이어지면 다른 중국 국영 기업들도 상폐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