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11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정문 앞에는 20여 명의 사람이 늘어섰다. 매장 앞에 캠핑 의자를 놓고 큰 우산을 쓴 채 앉은 A씨는 “아침 7시30분부터 와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샤넬코리아가 올해 들어 주요 제품 가격을 세 번째로 인상한 바로 다음 날이다. 일부 제품 가격은 코로나19 전 700만원대에서 1200만원대로 훌쩍 뛰었는데도, ‘오픈런’ 대기 줄은 여전했다. 매장 앞을 지나던 한 외국인이 손에 든 지도를 들여다보며 줄을 선 사람에게 “여기가 유명 관광지냐, 왜 줄을 서냐”고 물을 정도였다.
입장 등록은 백화점 개장 30분 전인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대기 번호 10번대를 받은 송모씨(23)는 “이 정도 순서면 점심시간 직전쯤 들어갈 것 같다”며 “오픈런을 워낙 여러 번 해 입장 시간이 짐작이 간다”고 말하곤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오전 10시30분 개장 시간에 샤넬 매장에 들어갔다가 20분 만에 나온 B씨는 “‘클래식 미디엄 플랩 백’을 사러 왔는데 물건이 없다고 해서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 10일 샤넬을 대표하는 ‘클래식 라인’을 비롯해 ‘가브리엘 호보’ 백, 클래식 체인 지갑(WOC) 등 인기 제품 가격을 5% 올렸다. ‘예물 백’으로 특히 유명한 클래식 미디엄 플랩 백은 1180만원에서 1239만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 가격과 비교하면 73.3% 오른 금액이다.
샤넬이 올해 들어 국내 판매 가격을 올린 건 세 번째다. 샤넬은 지난 1월 인기 품목인 ‘코코핸들’ 가격을 10% 이상 올렸다. 이어 3월에는 클래식 플랩 백 스몰·미디엄, ‘보이 샤넬’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 상향 조정했다. 샤넬은 지난해에도 네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의 오픈런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자 ‘줄서기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대기 줄에 선 50대 부부 중 남편은 “평소에는 아내만 아르바이트했는데 오늘은 나도 같이 나와봤다”며 “아침 여섯 시 반부터 아홉 시 반까지 서는 조건이고 시급은 4만5000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오픈런 아르바이트가 늘어나면서 시급이 1만원대까지 떨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리셀(되팔기) 시장에서의 샤넬 인기도 여전히 높다. 12일 리셀 플랫폼 ‘크림’에선 WOC 제품이 정가(399만원)보다 비싼 467만3000원에 거래됐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