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일 “한·미 동맹은 우리가 추구하는 전 세계를 상대하는 글로벌 외교의 기초”라고 밝혔다. 한국의 ‘칩4’(미국 주도의 반도체 협의체) 예비회의 참가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정상화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외교 노선을 분명하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회견(도어스테핑)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대한민국 외교의 원칙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외교 원칙과 기준은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불필요하게 어떤 나라와 마찰을 빚거나 오해를 가질 일이 없도록 늘 상호 존중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의 칩4 예비회의 참가, 사드 기지 정상화 등에 반발하는 중국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달 말까지 성주 사드 기지를 정상화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3불(不)에 더해 1한(限)을 중국 정부에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3불 1한은) 합의나 조약이 아니다. 관련해서 어떤 자료가 있는지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로부터) 인수·인계받은 사안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3불 1한을 주장하는 중국의 태도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의 (3불 1한) 주장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자 주권 침해”라며 “만에 하나 중국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다면 명백한 군사주권의 포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오찬 전 윤 대통령에게 “이번 기회를 빌려서 유엔은 한반도, 특히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완전한 지지를 표명한다”며 “이런 목표는 지역의 안보와 평화, 안정을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국제 평화 안보·인권·개발·기후변화 부문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며 다음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윤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공식 방한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도 비공개 접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폼페이오 전 장관을 만나 북핵문제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