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 두 곳을 신설한다. 존속법인인 모비스에는 주요 수익원인 애프터서비스(AS)와 연구개발(R&D)·투자, 전장 부문 등을 남겨 생산 조직을 효율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계획과 내용은 다르지만 모비스 분할이 2018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방안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모듈과 핵심 부품 생산을 각각 신설 자회사에 이관하는 분할안을 확정하고 임원급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이달 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실무 작업을 거친 뒤 이르면 오는 11월 자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모비스 분할의 핵심은 모듈 법인과 부품 생산 법인을 새로 세우는 것이다.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미리 조립해 모듈 형태로 만드는 사업부와 제동·조향·에어백 등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부문을 각각 신설 자회사로 이전하는 내용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모비스 생산 기능은 에이치그린파워(배터리팩), 현대아이에이치엘(램프), 지아이티(검사) 등 기존 세 개 회사에 더해 다섯 개 자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모비스의 부품과 모듈 부문 합계 매출은 지난해 33조2382억원으로 전체의 79.7%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매우 낮았다. 작년 155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영업이익률이 0.47%에 그쳤다. 낮은 수익성 때문에 두 부문은 현재도 외주화를 통한 위탁생산을 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속법인 모비스에는 ‘캐시카우’인 AS 부문과 R&D·투자 기능, 반도체 등 전장 부문이 남는다.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AS 부문과 투자가 필요한 전장·R&D 부문을 존속법인에 남겨 시너지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산 부문을 자회사로 두면서 사업 구조의 효율화와 수익성 향상을 추진하고, 투자가 많이 필요한 전장 사업은 그대로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할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추측에 대해 회사 측은 “무관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