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여섯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구식’으로 분류됐던 8인치(200㎜) 웨이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몸값’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싸진 덕분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 제품 판매를 늘려 수익성 확대에 나서는 한편 전기차 등 새로운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DB하이텍은 지난 2분기 매출 4357억원과 영업이익 2132억원을 올렸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 162%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49%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의 실적은 ‘언택트 수요’로 전자제품 판매가 늘어난 2020년을 기점으로 뜀박질하고 있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를 활용해 가전용 전력관리반도체(PMIC),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등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엔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사태로 대세 제품인 12인치 웨이퍼(300㎜) 대신 8인치 웨이퍼가 떠오른 덕분이다. 여기에 파운드리 수요까지 늘면서 수익성이 껑충 뛰어올랐다.
일각에선 실적이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8인치 웨이퍼 제품 평균판매가격(ASP)이 급등했지만, ‘구형 제품’ 특성상 계속해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긴 힘들다는 논리다. 8인치 웨이퍼 수요가 더 늘어나더라도 DB하이텍 역시 생산능력(CAPA)을 당장 늘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관건은 신사업들이 언제쯤 본궤도에 오르느냐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등 신규 고성장 응용 분야에 적합한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며 “5세대 이동통신(5G)용 무선통신 칩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도 나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DB하이텍이 8인치 웨이퍼 기술력을 살려 2023~2024년 8인치 화합물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이상 큰 전압에 견딜 수 있으며 속도도 몇 배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