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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의 자율주행차와 같은 유전 자동 시추 시스템이 에너지업계에서 실제 적용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보수적이라고 소문난 에너지업계도 에너지 전환기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거죠.”
정철균 슐럼버저 인공지능(AI)솔루션팀장(사진)은 “넷제로(탄소 중립)라는 화두가 현실화하며 오일 메이저를 비롯한 에너지업계 전반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정통 석유공학 엔지니어다.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에너지자원공학·석유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슐럼버저에 입사해 현재는 AI 솔루션 팀을 이끌고 있다. 슐럼버저는 ‘에너지업계의 구글’이라고 불릴 정도로 원유 탐사부터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필요한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업체다. 엑슨모빌, 셸, 토탈,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오일 메이저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에너지업계 전반의 변화에 정통한 회사다.
“원유를 뽑기 위해 시추하는 과정에서 만날 다양한 변수를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해 실제 시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알려주는 AI 솔루션이 적용됐죠. AI가 현재 상태 등을 판단해 어떤 각도로 암반층을 파고들어야 하는지도 결정해줍니다.”
정 팀장은 보수적인 에너지업계도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에너지 전환기에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 기업들의 변화에 관해 쓴 <넷제로 에너지 전쟁>이란 책을 지인들과 함께 펴냈다.
정 팀장은 슐럼버저의 고객인 오일 메이저들이 에너지 전환기에 다각화(diversification), 탈탄소화(decarbonization), 디지털화(digitization)라는 3D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나 가스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탈탄소화는 이미 오일 메이저들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이다.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고 난 뒤 남은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집어 넣어 밀폐시키는 CCS 기술이 대표적이다. 시추 현장에서는 클라우드를 통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유정 하나마다 관리자가 현재 10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이런 에너지업계 변화의 근간에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정 팀장은 “팬데믹 이후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현실적으로는 기존 에너지 사용량은 현재의 에너지원으로 충당하고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기존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는 기술 개발로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용량을 높여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 팀장은 “30년, 50년 뒤까지 내다본 견고한 에너지 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