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인허가권과 법령 유권해석을 무기로 지역 소재 기업들을 압박하거나 행정 편의적인 업무 처리를 남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에도 기업들이 일선에서 접하는 기초지자체의 소극·부실 행정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감사원에 따르면 전국 기업불편부담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2019년 298건에서 2020년 588건, 지난해 75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감사원은 기업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듣고 신속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2월 서울 등 전국 여섯 곳에 기업불편부담신고센터를 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자체의 자의적인 규정 적용과 소극적이거나 행정 편의적인 업무 처리를 고발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보복을 우려해 제보를 꺼리는 기업도 적지 않아 실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접수된 756건 중 90.3%에 달하는 678건을 직접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직후부터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법령과 관계없는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를 확실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규제개혁 효과를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각종 인허가권을 보유한 기초지자체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풀뿌리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시와 지역사회는 잇단 시위를 통해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포항 이전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기존 합의를 뒤집고 추가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없다는 여주시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지자체의 이 같은 행태는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소극·부실 행정으로 투자가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쿠팡이 지난달 말 전북 완주에 1300억원을 들여 첨단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계획을 1년4개월 만에 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경민/김인엽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