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시행령을 고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최대한 지켜내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한 달 후 시행 예정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제외된 공직자·선거·방위산업 범죄 중 일부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현재 검사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6대 중요범죄(공직자·부패·선거·경제·방위산업·대형참사) 외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 마약·조직 범죄도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11일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중요범죄 범위를 구체화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령 개정안은 다음달 10일 시행 예정인 검찰청법 개정안에 적힌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 일부 공직자 범죄(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뇌물 등)와 선거 범죄(매수·이해유도·기부행위 등)를 부패 범죄, 기술 유출 등 일부 방위산업 범죄를 경제 범죄로 재분류했다. 사실상 6대 중요범죄 중 대형참사를 빼곤 대부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유지시켰다는 평가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중요범죄 범위를 여섯 가지 유형에서 두 가지 유형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정의 규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역할이 줄어든 마약 범죄와 조직 범죄도 경제범죄에 포함시켰다.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마약 범죄는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소유 범죄’로 제한돼 있는데 앞으로는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로 수사 가능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조직 범죄의 경우엔 폭력 조직,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등 ‘서민의 안전을 위협해 불법적 이익을 착취하는 범죄’가 모두 경제 범죄 유형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무고죄와 위증죄 등 ‘사법질서 저해범죄’와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검찰의 수사가 가능한 중요 범죄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무고죄의 경우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수사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현재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무고죄 사건만 인지수사할 수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의 무고죄 관련 인지수사 건수는 2020년 717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급감했다.
법무부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신분이나 금액의 제한을 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법무부령)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 시행규칙은 뇌물죄의 경우엔 ‘4급 이상 공무원 등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의무자’로만 수사대상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알선수재, 변호사법위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배임수재, 의료 리베이트, 주식회사 외부감사인·임원 등 부정청탁 금품수수에 대한 수사엔 ‘수수금액 5000만원 이상’이란 조건이 붙어있다.
법무부는 입법 예고기간인 오는 12일부터 29일까지 관계기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달 10일 대통령령 개정안을 시행하고 법무부령을 폐지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통령령 개정안은 시행일 이후 개시하는 수사부터 적용된다”며 “국가적인 범죄 대응 공백이나 국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 보완과 법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